천수이볜 타이완 총통 내일 취임

천수이볜 타이완 총통 내일 취임

김규환 기자 기자
입력 2000-05-19 00:00
수정 2000-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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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타이완(臺灣)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당선자가 20일 공식 취임한다.

지난 3월 총통에 당선된 천은 그동안 발빠른 개혁 행보를 보여왔다.구시대의 폐습을 청산하는 등 국내 개혁을 가속화하는 한편,중국에 화해 제스처를보내는 등 대외적으로도 개혁의 기수임을 부각시켰다.

천은 3월말 탕베이(唐飛) 국방부장을 행정원장(국무총리)에 지명했다.행정부 수장에 선거때 적이었던 국민당 인사를 등용,“초당파적 ‘국민정부’를구성하겠다”던 당초 선거공약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총통 선출 및 헌법개정권한을 가진 최고 권력기관으로 국민당 독재를 뒷받침해왔던 ‘국민대회’ (5공화국 통일주체국민회의 격)도 해체했다.

특히 4월말 중국측이 주장해온 ‘하나의 중국’원칙을 사실상 수용할 가능성이 있음도 내비쳤다.취임사 초안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승인’한다는 표현 대신 ‘존중’한다는 우회적인 표현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천의 앞날은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 같다.불안정한 정치상황과 천의독립의지를 기필코 꺾겠다는 중국의 전쟁 위협 등 크고작은 과제가 겹겹이쌓여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과제 천이 취임 이후 풀어나가야 할 정치·행정과제는 이른바 ‘헤이진(黑金·검은돈)’을 매개로 뿌리깊게 형성된 정치구조의 타파와 공직사회의 개혁 등이다.51년동안 부정부패 온상이 돼 왔던 국민당-재계-폭력조직의 연결구조를 깨뜨리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민진당이 소수여당인데다 득표율이 40%에 미치지 못해 개혁을 지원해줄 세력기반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다.다만 천으로서는 국민당의 분열로 정계개편이 이뤄져 민진당의의석 변동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94년 천이 타이베이시장이 된후 몰아붙인 공직사회의 사정(司正)바람을 맛본 적이 있는 공무원들이 긴장하는 점도 걸림돌이다.숙적 국민당의 탕베이를행정원장에 앉히며 “큰 인사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께름칙하게 생각하고 있다.

■양안(兩岸)관계 중국은 ‘기피인물’ 천이 당선되자 연일 ‘공갈탄’을 쏘아대고 있다.4월말 ‘하나의 중국’정책을 거부하면 전쟁은 피하기 어렵다고경고한 데 이어, 이달초부터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대규모 육·해·공 합동 상륙훈련을 하고 있다.따라서 천으로서는 중국의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선결과제인 셈이다.천이 총통 취임사에서 중국을 자극할 어떤 내용도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것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경제적 과제 천은 정경유착으로 대표되는 고질적인 부패관행을 뿌리뽑겠다고 강조해왔다.국민당 정부-기업-금융기관으로 이어지는 부패의 사슬을 끊겠다는 얘기다.하지만 개혁작업이 본격적인 단계에 진입하기까지는 2년여의 기간이 필요한데,이 과정에서 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분석이다.

양안관계의 긴장으로 10여년동안 본토에 4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타이완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중국에 화해 제스처를보내고 타이완 최대의 기업 타이완 플라스틱이 중국 장쑤(江蘇)성에 100억위안(약 4,000억원)을 투자,항구를 건설하는 등 타이완 기업들이 대륙 투자계획을 밝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규환기자 khkim@
2000-05-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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