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5·18과 386세대

[대한광장] 5·18과 386세대

신상성 기자 기자
입력 2000-05-18 00:00
수정 200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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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싸우자던 뜨거운 맹세…산 자여따르라!’. 만주일대를 휩쓸던 독립투사들의 장엄한 절규같은 이 노래는 식민지 시대 행진곡이 아니다. 바로 ‘80년의 봄’ 광주의 노래다.‘빛고을의봄’ 당시 민주화운동의 중심 세대였던 소위 386 세대가 이번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5·18 민주항쟁 정신’이 금배지의 젊은 대열로 대거 여의도 행군으로 들어서게 한 것이다.

5월 18일 아침,날씨 맑음,그러나 전남 도청은 그 전날부터 어두움의 깊은공포로 웅크리고 있었다.전날밤 자정을 기준으로 정동년,김상윤 등 복학생과전남대 총학생회 간부들이 무자비하게 끌려가고 01시,시계가 땡! 울리는 것과 동시에 광주일원에 공수부대가 기습공격을 감행했다.한편 01시45분경,무장한 제 33사단 병력을 계엄군으로 해서 국회의사당을 포위하였다.이렇게 5·18의 새벽은 피튀기는 살육의 전야제로 시작된 것이다.

작전 개시 전야,야당 지도자 김대중을 비롯한 민주인사가 사전에 체포되었고,전국의 대학교 등에는 탱크가 위협하고 있었다.그 중심에 있었던 80년대학번들인 386 세대가 이제 30대가 되어 ‘바꿔 바꿔’ 열풍을 타고 탱크가가로막고 있던 바로 그 여의도에 다시 입성하게 된 것이다.금남로 일대의 이현장기록이 나중에 ‘타임’지에 의해 전 세계로 찍혀나가자 그 필름을 숨죽여 보던 사람들은 시린 어금니를 딱딱거리며 치를 떨었다.

빛고을 뿐이랴,이미 그 전 해의 12·12사태 이후부터 전국적으로 양심세력과 대학생들이 분노하고 있었다.5월 17일 계엄확대는 신군부 ‘하나회’를중심으로 한,전두환 군사정권의 쿠데타를 음모하고 있었다.이번 총선에서의‘낙천낙선’운동의 주역들도 이들이다.참여연대 등 각 사회단체의 중심세력들도 이들 386이다.‘반영남-반호남’의 지역대결로 38선보다 더 분명하게갈라진 이번 총선에서 ‘우리들 386 초선의원들은 당의 단순한 거수기가 아니다’며 언성을 높이는 것도 5·18정신의 계승과 무관하지 않다.

과연 여야 흑백대결로만 구도화된 여의도 정치관행에서 이들의 언성이 얼마나 실현될 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우선은 당을 초월하여‘386 시대정신’으로 결집한다는 의지는 신선하다.민주당 총재 비서실장인 김민석 의원이한나라당의 남경필 의원 등을 만나서 ‘새천년 새청년’ 정신으로 여의도를바꾸자는 깃발이 좋다.어찌 보면 마피아 조직보다도 더 경직된 정치조직의벽을 이들이 어떻게 깰 것이냐가 지금 486 세대들에겐 흥미거리이다.

그 결과가 펜티엄세대는 물론이지만 밀레니엄시대 한국정치의 향방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실험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이들의 병역 납세 재산 등의문제는 ‘총선시민연대’ 등을 통해서도 이미 깨끗하게 통과되었다.위법적문제를 무릅쓰고 결행된 ‘낙천낙선’운동이 없었더라면 과거와 같이 또 구린내가 나는 전과자들이 타이어같은 낯가죽으로 대거 여의도를 거들먹거렸으리라.그래서 이번의 검증절차는 ‘필요악’이었다.앞으로는 미국 등과 같은‘선거시민’ 운동이 ‘필요선’이 될 것이다. 97년 대선에서 돈과 조직이매우 빈약했던 이인제 의원이 거의 500만표 가까운 지지표를 얻었다는 것도높아진 시민의식의 반증이 아니겠는가.앞으로의 대선이나총선도 더욱 이러한 민주의식으로 고양될 것이다.



그것은 386 세대들이 5·18 민주 정신으로 우리 사회를 중심적으로 이끌어가는 청장년세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그 연장선 상에서 당시 ‘5·18’ 주체의 핵심 가운데 하나였던 김대중 대통령이 이제는 청와대의 주인으로서 평양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포옹도 예견되고 있다.5·18 정신이 ‘햇볕정신’으로 승화되어 남북한의 민주화가 오기를 기대해 보아도 좋을 꺼나? 신상성 용인대교수 소설가.
2000-05-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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