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새로운 국민 통합의 길

[대한광장] 새로운 국민 통합의 길

김명숙 기자 기자
입력 2000-05-15 00:00
수정 2000-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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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 고속버스 안의 풍경이다.버스가 떠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젊은이들이 휴대폰을 들기 시작하더니 버스 안은 버스 밖 먼곳에 있는 사람들과의대화로 갑자기 시끄러워졌다.2시간이 채 못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전자음들의 교란이 이어졌고 드디어는 꺼지지 않는 음악벨이 모두를 괴롭혔다.누군가그것 좀 받으라고 할 만도 한데 모두들 참고 있었다. 당사자는 전화를 켜놓은 채 자고 있었다.거기엔 질서에 대한 무시와 타인에 대한 불간섭주의라는규칙이 공존하고 있을 뿐 우리라고 하는 공동체적 광장(廣場)은 찾아볼 수없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세대간에 두 가지 위기를 동시에 경험하는 듯하다.하나는냉전세대의 이데올로기적 방황이고 또 하나는 새로운 세대의 정체성 위기이다.반공을 위시로 하여 급속한 근대화를 목표로 삼았던 전전(戰前)세대들은획일주의,강경 드라이브,비관용주의,흑백논리,줄서기 등에 익숙하다.한마디로 말하면 군사문화가 사회 곳곳에 자본과 결합하여 규칙 없는 일탈된 자본주의 구조 속에 침투해 있다.이제 탈(脫)냉전의 시대적요청 속에서 전전세대들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이데올로기와 문화에 대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있는 것이다.

반면 탈냉전세대들은 세계적 시장질서의 소비자로서의 코스모폴리탄으로서존재한다.이들은 급속한 탈(脫)영토화를 경험하면서 집단적 기억이나 역사의식에서 이탈하려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분산적 경향을 띤다.이들은‘민족’보다 더 좋은‘하이테크’를 충성과 연대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역사적 정체성이나 동질성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상반된 두 세대간에 공통점이 발견된다.하나는 획일주의요,또 하나는 급속한 확산주의 성향이다.대상과 목표가 다를 뿐 정향에 있어서는 모두 차이와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 비민주적 정향을 갖고 있다.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전전세대는 탈냉전세대들에게 전수시켜야 할 내용은 전수하지 않고 고쳐야 할 행태만 답습시킨 채 비판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위기의 순간에 남북간 화해와 협력은 정치적 의미를 넘어서서 사회구조적인 많은 문제를 동시에 극복하는 단초가 될 수있다는 생각이 든다.

냉전세대들에게 작금의 남북관계 변화는 스트레스일 수도 있겠으나 그들의사고와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대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잊혀져 가고 있는 민족적 뿌리를 찾아주고 동질성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다.

이러한 대전환의 기회를 실기(失機)하지 않기 위해서 수반되어야 할 것들이있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 사회 내부의 뿌리깊은 냉전구조를 과감히 해체하는 것이다.그것은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제 부문에 걸쳐 중층적으로 심화되어 있어서 정책적인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각 부처간,여야간,그리고나아가서는 국가와 시민사회간에 협조체계를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구체적인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그리고 그 내용은 무엇보다 민주적 규칙과 질서를확립하고 문화를 습득시키는 작업이다.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며 관용의 정신을 함양시키고 올바른 시민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그리고 정치 엘리트층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간 우리 사회는 정치지도자들의 민주성이 국민들보다 현저히 처져 있었다.민주적 질서를 뿌리내려 사회 저변에 민주적 규칙에 대한 보이지 않는 합의를 이룩할 수 있어야 비로소 국민 통합은 가능한 것이다.균열과 갈등과 경쟁만이 첨예한 사회로부터 민주적 공동체로 변화될 때 우리는 좀더 여유있는자세로 북한을 대할 수 있다. 우리의 사회 통합을 기반으로 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은 그야말로 아시아 중추 국가의 비전을 실현해 볼 수 있는 계기가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국헌으로 삼았으면서 제대로 실천해본 적이 없는 불행한 역사를 이제 실천적으로 바로 잡아야 할 때이다.좀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실행에 착수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김명숙 상지대교수 정치학.
2000-05-1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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