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25시] 成章鉉 용산구청장

[구청장 25시] 成章鉉 용산구청장

심재억 기자 기자
입력 2000-03-27 00:00
수정 2000-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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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군 주둔 100년,용산의 역사를 다시 쓴다’ 성장현(成章鉉) 용산구청장의 요즘 일과는 온통 주한미군에 관한 일로 채워져 있다.최근 주한미군이 영내에 건축중인 드래곤 힐 로지(Dragon Hill Lodge)호텔 등으로 빚어진 미군과의 힘 겨루기 때문이다.

지난25일 아침.8시를 갓 넘어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서둘러 간부회의를 소집했다.우호도시와의 결연을 위한 출국을 앞두고 구정 현안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역시 주제는 ‘미군’이었다.간부들로부터 호텔과 주·정차 위반 과태료 체납문제 등의 대책을 보고받은 성 구청장은 짧은 한마디 말로 회의를마무리했다.“이 일은 참된 한·미 우호를 다지는 일입니다.적당히 미봉책으로 덮어버린다면 결국 국민감정만 자극한다는 점을 미군측도 잘 알고 있을겁니다.크게는 한·미간,작게는 주한미군과 용산구간의 역사를 다시 쓴다는소명감을 가집시다” 사실 용산구에는 서울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외세의 흔적이 많다.임진왜란 때는 퇴각하던 왜군이 진영을 차렸는가 하면,구한말 러·일전쟁 후에는일본군 주력부대가 총검을 앞세워 이곳에서 식민(植民)의 터를 닦았다.

일본은 서울 도심에 인접한 요충일 뿐 아니라 한강 수로의 주요 거점이자,개항장인 인천과 가까운 용산에 군사기지를 만들어 한반도 장악과 수탈의 전진기지로 삼았다.해방 후 진주한 미군도 기존의 일본군 군사시설을 사령부로 사용하면서 점령군 역사를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역 관문에 철옹성처럼 철조망 담벽이 둘러쳐친 미군부대를 지나칠 때마다 민선 자치단체장으로서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털어놓는 성 구청장은 “그들의 불법과 무례조차 나무라지 못할 만큼 우리가 나약하지 않다”며 문제의발단을 스스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구청장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 때문에 미군 영내에 들어간 그는 우연히 한 건축공사장에 눈길이 닿았다.어떤 공사인지 물었으나 구청 간부 어느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나중에 그것이 문제의 호텔 건축공사임을 확인한 그는 미군측에 이 공사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다.“우리국민에게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면서 미군의 불법·부당한 건축행위를 그냥 보고 넘길 수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답변은 뜻밖에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무성의하고도 오만에 가득찬 것이었다.“그때 문득 ‘주·정차 위반으로 적발된 미군병사가 시민들 앞에서 보란 듯이 스티커를 찢어버리더라’는 직원들의 하소연이 생각나 그냥덮어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미간의 특수관계를 모를리 없는 입장에서 자신 역시 ‘친미주의자’라고 말한 성 구청장은 “그러나 이 땅의 주인은 엄연히 한국인이며,이를 인정한다면 미군도 이제는 위압 대신 겸손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에 대해 미군측도 필요성을 인정하는 만큼 성의있는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한 성 구청장은 “누군가가 꼭 해야 하는 일인 만큼 용산구가 앞장서서 주둔군 100년의 역사를 바꿔 나가겠다”고 말하며 토요일 늦은 오후 구청문을 나섰다.

심재억기자 jeshim@
2000-03-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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