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100분 토론 不放소동

[오늘의 눈] 100분 토론 不放소동

임병선 기자 기자
입력 2000-03-25 00:00
수정 200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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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시청자와의 약속이므로 어떤 이유로도 불방(不放)되는 일이 없어야한다.그러나 이것은 원칙일 뿐이다.23일밤 ‘정운영의 100분 토론’이 정치권 공방에 휘말려 끝내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날 토론은 5개 정당 대표를 출연시켜 선거운동 과정에서 빚어진 쟁점들을함께 정리해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김한길 민주당 선대위기획단장 겸 대변인,박성범(朴成範) 한나라당 의원,변웅전(邊雄田) 자민련·김철(金哲)민주국민당·이상현(李尙炫) 민주노동당 대변인이 출연자로 논의됐다. 그러나섭외과정부터 방송취소를 결정하기까지 제작진은 특정인 출연문제를 놓고 정치권과 숨막히는 줄다리기를 계속해야 했다.20일 김한길 대변인의 출연을 약속했던 민주당이 갑자기 22일 ‘야당의 집중포화가 우려된다’며 여당몫으로1명 더 참여시켜 줄 것과 주제를 경제문제에 국한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이날 저녁에는 지역구에 출마한 박의원이 토론에 참여하는 것은 박빙의 선거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박의원이 나올 경우 김대변인도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박의원이 당 지도부에 “지지율을올릴 수 있도록 방송에 나가게 해달라”고 진언해 당초 예정됐던 동료의원을제치고 출연자로 나선 상황도 감안된 것으로 전해진다. 제작진은 23일 아침한나라당에 출연자를 대변인으로 바꿔 줄 것을 요구했지만 한나라당도 “언제까지 여당에 끌려다녀야 하느냐”며 버텼고 결국 밤 9시쯤 방송불가 결정이 내려졌다.

이날 밤 방송국 홈페이지에는 분노와 걱정의 뜻이 담긴 시청자들의 의견이쏟아졌다.MBC쪽의 성의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었다.그러나 김영일(金榮日) 보도제작국장은 “야당만이 출연한 상태에선 여당 성토장이 될 것이 뻔한 것아니냐”고 반문했다.

한 시청자는 민주당의 자신없음을 탓했다.“수적 열세를 논하기에 앞서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야당을 설득할 수는 없었느냐”(INDIERCJ)고 물었다.그러나 경제실정 논쟁을 주도했던 이한구(李漢久) 선대위 정책위원장이 토론에나왔어야 마땅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한 MBC 간부는 “정치권이 이성을 잃었음이 분명하다.이런 상황에서 토론이무슨 의미가 있는지…”라고 말을 줄였다.여야 어느 쪽에 더 책임이 있건 이번 방송취소 사태를 거울삼아 정치권이 하루빨리 이성을 회복해주기를 바랄뿐이다.



임병선 문화팀 기자
2000-03-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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