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 칼럼] 정치인관련 병역비리 근절하라

[김삼웅 칼럼] 정치인관련 병역비리 근절하라

김삼웅 기자 기자
입력 2000-03-21 00:00
수정 2000-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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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 시절 ‘아직도….’시리즈가 나돌았다. “아직도 아들을 군대에 보내느냐”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일부 계층 자제들이 군대를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힘깨나 쓰는 집안치고 자제를 현역에 보낸 경우는 드물었다.

지금도 현역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28.2%인 81명이 병역을 면제받았고 국회의원 자제의 군복무 면제율이 22%에 이르고 있다.일반인들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특혜 아니면 비리의 소산이다.

병역비리를 수사중인 군·검합동수사반이 정치인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아들 66명을 총선 전에 소환·조사할 방침을 밝히자 야당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연루된 정치인 대부분이 야당 소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를 총선뒤로 미루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인식이다.병역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수사는 끝장이다.정형근 의원 한 사람을 보호하고자 1년 내내 방탄국회를 연 야당이 이번에도 소속 의원들을 ‘보호’하려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병역비리자를 투표 이전에 밝혀 유권자들의 선택에 착오가 없도록하는 것이 옳다.따라서 야당은 병역비리 수사를 ‘탄압’이라고 정치공세를펼 것이 아니라 협조해 털 것은 미리 털어내고 선거전에 임하는 것이 보다떳떳할 것이다.병역비리 연루자에 야당 인사가 많은 것은 그들이 집권 시절에 저지른 비리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표적사정이나 야당탄압으로 몰면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입만 열면 국가안보를 강조하는 정치인들이 본인은 물론 자제들까지 병역을기피시키는 것은 용납되기 어렵다.이런 못된 버릇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말해 준다.

6·25전쟁 당시 일선에서 전투하다 쓰러진 병사들이 ‘빽!빽!’하며 죽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오르내렸다.‘빽(Power)’이란 한자 조어가 나돌기도 했다.

배경을 뜻하는 실 사변에 돈을 의미하는 쌀 미(米)자와 쇠 금(金)자를 조합해 자를 만들었다.이름하여 ‘빽 빽’이란 조어다.

예나 이제나 든든한 배경과 돈만 있으면 ‘신성한’ 군대를 안가는 것이 정설처럼 돼 있다.시중의 ‘무전(無錢)입대’‘유전(有錢)면제’란말이나 “현역은 어둠의 자식들,보충역은 사람의 아들,면제는 신의 아들”이란 우스갯소리(?)도 이런 세태를 대변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역은 지도층이 솔선수범했다.고대 로마에서는 군역을 마친 사람에게만 국정참여 자격을 주었다.근래에 이르러 각국 지도자들은 자식을 솔선해서 전장에 보냈다.한국전쟁때 중국 마오쩌둥(毛澤東)은 장남을 참전시켰는데 그는 최전선에서 복무하다전사했다. 스탈린도 장남을 대독전쟁에 포병장교로 참전시켰다가 독일군에게사살됐다. 조지프 케네디는 해군장관에게 미국 대통령이 될 존 케네디를 최전방으로 배치해 주도록 ‘청탁’해 케네디는 PT-109호뢰정 정장(艇長)이 돼일본 수송선을 공격하는 임무를 맡았다.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전쟁때 영국 앤드루 왕자는 자원해 해군장교로 임관,참전하고 왕실은 동의했다.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아들 존은 육군 소령으로 한국전에 참전하고,벤플리트 장군 아들은 공군 조종사로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했으며,아들이 없었던 존슨 대통령은 사위를 베트남 전쟁에 참전시켰다가 전사했다.

아들이나 사위 하나쯤 전선에 보내지 않을 만큼 실력을 갖고 있었던 권력자들인데도 그러지 않았다.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사회정의와 도덕성 담보의 준거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었다.의무를 기피하고 권리만 누리려는 자들은 위선자다.남의 자식들만 일선에 보내고 제자식은 면제시키거나 해외로 빼돌리는것은 범죄다.높은 신분(노블리스)에는 책임과 도덕성(오블리제)이 따른다.

듀란트는 ‘역사의 교훈’에서 로마제국이 망한 원인을 “조국을 위해 싸울건강하고 애국적인 전사(戰士)를 로마군단에 공급했던 농업인구가 소수가 소유하는 농장의 농노(農奴)로 대체되면서 로마가 약화됨을 안 야만인들의 침입” 때문이라고 정의했다.국가를 이끄는 국회의원과 지도층 인사들이 군대도 못가는(안가는) 약골이고 그 아들들까지 그렇다면 국가의 운명이 어찌될까.군·검합동수사반은 정치권 눈치를 보지 말고 이 기회에 정치인과 사회지도층의 병역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
2000-03-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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