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피랍 조명철씨‘악몽의 18시간’

중국서 피랍 조명철씨‘악몽의 18시간’

전영우 기자 기자
입력 2000-02-25 00:00
수정 200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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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중국교포 납치단’의 마수에 걸렸다가 18시간만에 극적으로 탈출한 전 김일성대 교수 조명철(趙明哲·40·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씨는 당시를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듯 고개를 흔들었다.20여일이 지났는 데도 손목에는 시뻘건 포승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지난달 30일 동료 연구원 정모씨(39)와 함께 경제교류 및 동북아경제협력등에 대한 자료 수집을 위해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조씨는 1일 밤 11시쯤 정씨와 차를 한잔 마시기 위해 방을 나섰다.때마침 저녁식사를 했던 음식점 앞에서 20대 중반의 중국교포 여종업원을 만났다.그녀는 “동포이니 안내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밤 11시가 넘어 찻집들은 문을 닫았고,여종업원이 안내한 곳은 오피스텔로 보이는 건물의 2층이었다.사무실인 듯했다.여종업원은 “오빠들이 오니 합석하자”고 말했다.잠시 뒤 삼십대 초·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2명과 이십대 중반의 여자가 나타났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남자 2명이 조씨와 정씨를 때렸고,순간 정신을잃었다.깨어보니 눈과 입이 테이프로 가려졌고 손과 발도 포승줄로 묶인 상태였다.조씨는 북한의 공작원들이 자신을 납북하려는 것으로 알고 눈 앞이캄캄해졌다.그러나 그들은 돈을 요구했다.일단 북한 공작원이 아니라는 사실에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범인들은 미화 50만달러를 요구했다.조씨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한국의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급한 일이 생겼다”며 6억원을 자신의 은행 계좌로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입금이 되지 않자 범인들은 조씨와 정씨의 온몸을 마구 때리고 흉기로 상처를 입히며 위협했다.조씨는 평소 거래하던 S은행 모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계좌에 있던 주택 구입자금 2억5,000만원을 범인들이 지정하는 환전상 장모씨의 어머니 계좌에 입금했다.

3일 오후 5시쯤 환전상이 조씨의 여권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자 범인들은 조씨의 왼쪽 가슴에 테이프로 담배값만한 폭탄을 달며 “허튼 짓 하면 죽는다,탈출해도 서울에서 죽는다”고 위협했다.

남녀 범인 2명과 호텔 로비에 도착한 조씨는 옆에 바짝 붙어있던 사내가잠시 떨어진 틈을 타 범인의 이동전화를 땅에 내동댕이치면서 사내에게 일격을 날렸다.이어 도망치는 여자 범인도 잡아 “강도다”라고 중국어로 소리쳤다.

로비에 있던 중국 공안국 직원들은 바로 달려와 범인들을 잡고 조씨의 왼쪽 가슴에 달린 폭탄을 제거했다.온몸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중국 공안국의 조사 결과 다행히 폭탄으로 위장한 습도계임이 밝혀졌다.정씨도 비슷한시각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망쳤다.조씨는 다음날 오전 한국으로 서둘러돌아왔다.

전영우기자 ywchun@
2000-02-2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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