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곧은 元老 12人의 인생과 학문

올 곧은 元老 12人의 인생과 학문

정운현 기자 기자
입력 2000-02-14 00:00
수정 2000-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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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사회에는 원로가 없다고 한다.왜 없을까마는 배우고 닮을만한 표상이 많지 않다는 뜻일게다.그러나 이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학문적 업적은 물론 왜곡된 현실모순 속에서도 올곧은 삶을 살아온 원로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다만 이들은 남앞에 나서기를 자처하지 않았고 더러는 질곡의역사속에서 폄하돼 가려져 왔던 탓이 크다.

역사문제연구소가 발행하는 계간지 ‘역사비평’은 우리사회에서 학문적 성과와 ‘행동하는 양심’으로 존경받고 있는 원로 12명의 인터뷰기사를 묶어‘학문의 길 인생의 길’(역사문제연구소 엮음)을 출간하였다.주요 면면을보면,한국사 전공자로 이우성(민족문회추진회 회장)·임창순(전 태동고전연구소 소장)·강만길(고려대 명예교수)·조동걸(국민대 명예교수),서양사 전공자로 민석홍(서울대 명예교수)·차하순(서강대 명예교수),경제사 전공자로최호진(한국경제학회 명예 회장)·주종환(동국대 명예교수),언론학 전공자로송건호(전 한겨레 신문 회장)·리영희(한양대 명예교수)·이상희(전 서울대교수협의회장),그리고 여성학(사회학)전공자로 이효재(정대협 명예공동대표)등.이들 가운데 임창순 선생은 지난해 작고하였고,송건호 선생은 고문 후유증으로 현재 투병중이다.나머지 인사들도 대개 일선에서는 은퇴하였으나 연구·사회활동의 열정은 아직도 여전하다.정년퇴임 이후 더 바쁘고 노후가 ‘아름다운 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12인은 해방후 척박한 우리 사회·학계를 특별한 관심과열정으로 주도하고 개척해온 선구자들로 우리 ‘지성사의 기록’이나 마찬가지다.특히 개인사적 기록을 넘어 학자로서의 삶,온몸으로 맞서싸운 시대상황과 그 이면사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도 담고 있어 우리 ‘동시대사의 생생한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사철(文史哲)을 겸비한 선비로 불리는 이우성은 식민사학 극복과 민족사학 성립에 기여한 역사학자로,최호진은 1942년 ‘근대조선경제사’출간을 계기로 한국경제학 연구에 이정표를 남긴 한국경제의 산 증인으로 평가받는다.

또 민석홍은 프랑스혁명 연구와 한국민주주의 연구에 큰 성과를 남겼으며,임창순은태동고전연구소를 설립,후학양성에 일생을 바쳤고 4·19 당시 교수단데모를 주동하였다.사재를 모두 재단에 기부하였으며 ‘화장유언’을 남기기도 했다.학자보다는 언론인으로 유명한 송건호는 일생을 반독재 언론투쟁에바쳤으며 한겨레신문 창간의 주역이기도 하다.강만길은 식민사관 극복과 민족해방운동사·분단문제에 천착해온 실천적 지식인으로 ‘분단시대’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주도적으로 창립한이효재는 여성학자이자 사회학자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타파에 앞장서는등 한국 여성운동의 선구적 활동을 해왔다.언론인 출신이자 언론학자인 리영희는 분단시대의 대표적 지식인으로 ‘전환시대의 논리’‘우상과 이성’ 등사회비평서를 통해 시대를 앞에서 이끌었으며 수 차례 대학에서 쫓겨나 감옥생활을 했다.차하순은 한국의 서양사학을 반석 위에 올린 공로자이며,주종환은 농업경제학자이자 사회운동가로,이상희는 비판적 언론학의 선구자로 언론개혁을 처음 주장했다.끝으로 조동걸은 한국독립운동사와 현대사학사 개척자로,특히 의병연구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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