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리뷰] ‘다운 투 더 본’의 ‘프롬 맨해튼 투 스테이튼’

[음반 리뷰] ‘다운 투 더 본’의 ‘프롬 맨해튼 투 스테이튼’

임병선 기자 기자
입력 2000-02-09 00:00
수정 2000-02-0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야릇한 흥분을 도발하며 ‘펑키 그루브 재즈’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그룹‘다운 투 더 본’의 ‘프롬 맨해튼 투 스테이튼’.이 앨범을 리뷰하겠다고마음먹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렸다.무엇보다 ‘이것도 재즈냐’는 재즈마니아들의 항변이 귀에 들리는 듯해 두려웠던 까닭이다.

재즈란 본디 발로 구르고 어깨를 들썩이며 춤추는 음악으로 춤과 뗄려야 뗄수 없는 관계였다.그러나 웬일인지 90년대 후반 국내에 분 재즈열풍은 조용한 곳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듣는 감상용 음악으로 국한된 느낌이 든다.

이 음반은 재즈의 영역까지 스며든 샘플링과 미디음악의 위력을 확인하는 데매력이 있다.클럽DJ로서 음악적 열정의 탈출구를 찾던 스튜어트 웨이드가 구태의연한 힙합 분야에서 무언가 새로운 일을 찾던 크리스 모긴스를 만남으로써 그룹은 결성됐다.

이들의 ‘그루브스 볼륨1’은 아이디어의 고갈로 궁지에 몰린 하우스음악이나 냉소적인 가사에 치중한 힙합,비트 하나로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테크노에식상한 이들과,이러한 음악들을 무조건 경원하던 재즈 애호가양쪽을 사로잡게 되었다.

물론 동력은 클럽 ‘투 더 본’을 드나든 댄스 마니아들이었다.영국 재즈앨범 세일 차트에서 아홉달동안 1위를 차지했고,빌보드지 재즈 컨템포러리 앨범 차트에서는 52주 연속 5위 안에 든 이 앨범은 강남의 한 레코드점에서만하루 60장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재즈의 펑키한 느낌을 100% 재현하면서도 듣는 이의 감성을 두드리는 리듬세션의 매력이,단선적인 컨템포러리 재즈에 식상한 이들을 되돌아오게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흐느적거리는 리듬에 필링이 부드러우면서도 곧은 건반음이 듣기 좋은 ‘스테이튼 아일랜드 그루브’가 특히 들을만하다.기타의 펑키한 맛이 일품인 ‘무에슬리 브라운’,건반음의 다양한 맛이 살아 있는 ‘17 마일 드라이브’와 ‘칼리토스 웨이’도 좋지만 어느 트랙 하나 즐거운 춤과 연관되지 않는 것이 없다.모든 곡이 고르게 뛰어나다.이 앨범은 아예 춤으로 시작해 춤으로끝내기로 작정했다.

늦은 밤 볼륨을 약간 높이고 약간 흐느적이는 듯한 리듬에 몸을 맡겨보자.좋은 음악이란 어차피 자신이 즐기는 것이니까.

임병선기자
2000-02-09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