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단이 위력을 갖자면

[사설] 명단이 위력을 갖자면

입력 2000-01-31 00:00
수정 2000-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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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과 총선시민연대에 이어 정치개혁시민연대도 총선 출마 부적격자 8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사전선거운동 시비를 피하기 위해 제목이 ‘유권자가알아야 할 15대 국회의원’이지 사실은 정개련이 선정한 출마 부적격자들이다.전과 사실,당적 변경,지역감정 조장,지위·특권 남용,의회활동의 투명성정도 등을 선정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명단을 살펴보면 민주당 33명,자민련 20명,한나라당 28명으로 각당의 3선이상 중진도 27명이나 포함돼 있어 새삼 우리 정치권을 되돌아보게 한다.특히 경실련과 총선시민연대 명단에 이어 이번 정개련 명단에도 포함돼 ‘3관왕’의 불명예를 안게 된 전·현직의원 29명은 본인들의 항변에도 불구하고상당한 타격을 면치 못할 것 같다.정개련 명단은 당적 변경에 가산점을 준나머지 무려 44명의 여야 의원들이 ‘철새 정치인’으로 낙인찍혔고 개인 비리로 선정된 의원들은 11명에 그치는 결과가 됐다.개인 비리의 경우 대법원확정 판결을 기준으로 했다지만 대형 비리사건에 연루됐던 많은 정치인들이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논란의 여지를 남긴 것 같다.

문제는 이번 정개련의 명단 발표가 앞서 경실련이나 총선시민연대의 경우와는 달리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공천 반대자명단’ 혹은 ‘공천 부적격자 명단’이라고 딱 부러지게 못을 박지 않은 탓도 있겠으나 아무래도 시민단체들의 ‘명단’이 너무 산발적으로 발표되기때문이 아닌가 싶다.명단 발표에도 ‘충격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 같다.게다가 3관왕이나 2관왕이면 모를까 시민들은 누가 어느 명단에 들어가있는지 혼란을 느낄 지경이다.뿐만 아니라 명단 발표가 줄을 이어 산발적으로 이뤄지다 보면 “이 사람 이번에도 끼였군”하는 식으로 명단 자체가 희화화될 위험성이 있다.

공천이 가까워옴에 따라 전국의 시민단체와 직능단체들은 저마다 명단을 발표할 것이다.시민의 시대에 다양한 의견 표명은 바람직하고 또 이를 막아서도 안된다.

그러나 중구난방식이어서는 효과가 없다.낙천·낙선 대상자의 명단을 발표하는 것은 이번 총선이야말로 국민주권을 제대로 행사해서 선거혁명을 기필코이뤄내겠다는 국민의 열망을 실현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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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시민단체들이 발표하는 명단은 기존의 정치권이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위력을 지녀야 한다.그러자면 특히 전국차원 단체들의 명단 발표는 좀더 시의적절하고 체계적일 필요가 있다.이를 위해 총선시민연대,경실련,정개련,공명선거실천협의회 등 전국규모의 단체들이 서로 만나 역할을 조율하고 분담해서 공조체제를 효율적으로 구축해야 한다.선거혁명은 손쉬운 시민운동이 아니다.
2000-01-3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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