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탐험] 우체국 집배원(2)

[공직탐험] 우체국 집배원(2)

김학준 기자 기자
입력 2000-01-29 00:00
수정 2000-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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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은 오랫동안 대표적인 ‘공직 3D업종’으로 꼽혀왔다.‘집배원 ×은개도 안 먹는다’는 속된 말까지 있다.그만큼 일이 고되고 힘들다는 얘기다.

대도시의 경우 하루에 1,500∼2,000통을 배달하다 보면 저녁에는 파김치가된다.농어촌지역은 600∼800통으로 우편물은 상대적으로 적으나 하루 이동거리가 평균 56㎞나 돼 쉴 틈이 없다.

예전과는 달리 오토바이로 우편물을 배달한다고는 하나 달동네나 도심상가,고층건물 등은 걸어서 배달하는 수밖에 없다.특히 등기와 소포,특급우편물등은 직접 수취인에게 건네야만 하기 때문에 배달시간이 많이 걸린다.그러나 맞벌이 부부나 독신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집에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아곤욕을 치른다.관행적으로 아파트 경비원과 이웃집 등에 대리수령하게 하고는 있지만 책임문제로 수취를 거부하는 일이 많아 2∼3차례 방문해야 하는불편을 겪는다.수취인이 이사를 가거나 주소가 잘못돼 반송되는 것도 전체우편물의 0.86%에 달한다.요즘은 덜하지만 단독주택 지역에서는 배달하다 개에게 물리는 일도 다반사로일어났다.

그러나 집배원들은 이러한 것보다 각박한 세태에 더 서운함을 느낀다.지금은 반가운 편지보다 고지서나 홍보물 등이 많은 탓인지 우편물을 받는 태도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집배원에게 수고한다며 음료수 등을 건네는 장면은먼 기억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런 사정은 대도시일수록 더하다.등기우편물을 전하기 위해 아파트 벨을누를 때 사람이 있어도 문을 잘 열어주지 않거나 문틈으로 빠끔히 도장만 내미는 경우가 많다.법원 우편물 같은 것은 아예 수령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아파트 우편함에 넣어놓은 우편물을 해당가구에서 가져가지 않아 더이상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쌓이는 것도 집배원들에게는 스트레스.이렇게 장기방치된 것은 다시 수거해 반송해야만 한다.올해 정년인 인천우체국 집배원 서광하(徐光夏·57)씨는 “집배원인 줄 알면서도 문을 잘 열어주지 않을 때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면서 “차라리 개에게 물리면서도 허름한 주택가를 돌던시절이 그립다”고 말했다.

이에 비하면 농어촌 집배원은 행복한 편이다.세태가 각박해졌다고 해도 길가는 집배원을 보면 새참이라도 같이 먹자고 하는 것이 아직까지 시골인심이고,편지를 받는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 우정국 변상기(邊相基·45) 사무관은 “홍보물 등 원하지 않는우편물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우편행정에 커다란 암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학준기자 hjkim@
2000-01-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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