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화가’ 심명보씨 귀국전

‘장미화가’ 심명보씨 귀국전

김종면 기자 기자
입력 2000-01-15 00:00
수정 2000-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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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오오 순수한 모순이여…”라고 읊은 건 독일 시인 릴케다.순수한 모순이란 말이 암시하듯 릴케에게 있어 장미는 곧 신비한 삶의 중심을 상징한다.릴케의 시에서처럼 ‘순수한 모순’인 장미만을 평생 화두로 부여안고 그림을 그려온 사람이 있다.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트갤러리에서 귀국전(23일까지)을 열고 있는 서양화가 심명보씨(60).‘장미화가’로 불리는 그의 장미예찬은 사뭇 정열적이다.

“군락을 지었을 땐 모든 꽃이 아름답습니다.하지만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달라지죠.장미는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그 자체가 사랑입니다.그 안에는아름다운 누드의 선(線)이 다 들어 있어요” 그에게 장미는 사랑의 훈김을내뿜는 ‘에로스의 정원’이자 영원한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다.

심씨는 80년대 후반 미국으로 건너간 뒤 장미에 매료돼 지금껏 장미만 그려오고 있다.뉴욕에 머물며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그의 이번 개인전은 31번째.2,000송이의 장미꽃을 담은 길이 5m 40cm,높이 2m 35cm의 대작 ‘새 천년의 열정’을 포함해 30여점이 나와 있다.작가는 이 장미그림을 지난 1년동안 거대한 캔버스에 일기처럼 숫자를 기록해가면서 그렸다.“우주의 질서 속에 출렁거리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생명체의 교감을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장미 2,000송이가 모두 크기와 색깔이 달라요.많은 사람들이 보고 삶의 기쁨을 얻었으면 합니다” 현대 미술이 한없이 추상으로 흘러가 일반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이를 회복하는 길은 자연회귀 뿐이라는 게 작가의 견해.“자연의 일부로서의 장미를 앞으로도 계속 그려나갈 것입니다.장미가 거느리는 이미지는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지요.그림의 대상으로 그만한 소재가 어디 있겠어요” 그는 뉴욕에 장미작품을 전시하는 개인박물관을 열겠다는 야심찬계획도 갖고 있다.

김종면기자

2000-01-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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