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시험이 없는 세상

[굄돌] 시험이 없는 세상

한범수 기자 기자
입력 1999-12-13 00:00
수정 1999-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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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적성검사 미필로 운전면허증을 취소 당한 적이 있다.시험 전날 운전면허 예상문제집을 풀면서 내가 접하는 마지막 국가고시라고 자위하며 시험이 없는 세상을 꿈꿔본 적이 있다.이런 꿈을 실현해 볼 욕심으로,강의를수강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음껏 컨닝(?)하라며 사이버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홈페이지 게시판에 문제를 내면 각종 자료를 검색해서 읽고 작성한 답을예정된 시간까지 이메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시험이 없는 세상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시험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사법·행정·외무시험과 같은 국가고시를 전부 합격한 사람도 시험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다.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험을 보아야하나?초등학교 입학 후 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험을 치러야 하는지 손으로 꼽는 것조차 쉽지 않다.대학에 진학해도 중간고사,기말고사를 보아야하고 각종 자격증 시험을 보아야 필답 형태로 치르는 공식적인 시험을 졸업할 수 있다.그렇다고 인생 시험이 모두 종료된 것은 아니다.취직 시험을 비롯해서 직장과 사회에서 치르는 각양 각색의 평가 시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전형 방법을 권장하는 교육부 정책으로 대학입시 뿐만 아니라 대학원 입시제도도 많이 바뀌고 있다.전공시험과 영어시험을 반드시 치러야 입학이 가능했는데,일반전형과 특차전형 모두 면접전형으로 대학원생을 선발하는 대학이 증가하고 있다.면접전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성적,동계진학 여부,면접 점수 등이 평가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적지 않다.

대학원 면접시험장에서 “차라리 영어시험이나,전공시험을 보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 어느 지원 학생의 말이 귀에 생생하다.시험이 없는 세상을 꿈꿔보지만,필답시험이 없는 세상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21세기는 어떤 시험제도가 시행될지 궁금하다.

[한범수.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 교수]

1999-12-1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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