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공동체위한 지도층의 조건

[대한광장] 공동체위한 지도층의 조건

박종화 기자 기자
입력 1999-12-06 00:00
수정 1999-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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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는 국민들의 가슴은 답답하다 못해 처절함 바로 그것이다.일년내내 언론이 다루고 있는 최대의 관심사는 민족의 장래를 염려하는 통일문제도 아니고,치열한 경쟁속에 치러지고 있는 경제의 구조조정 문제도 아닌 것같고,새천년의 비전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미래지향의 틀도 아닌 것 같다.

언론을 장식하는 보도의 대종은 연초부터 벌어지고 있는 고급옷 로비 사건이고,언론대책 문건으로 빚어지기 시작한 각양각색의 폭로전이고,소위 서경원 간첩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검찰수사의 의혹 등등 지극히 정치적인 사건들이다.역사가 구체적인 사건들의 집합체이기도 하지만 사안의 경중을 따져보면 우리가 이토록 한가한 시대에 살고 있는가 되물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탄핵 일보직전에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소위 섹스스캔들이 세계의 뉴스초점이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결과야 어떠하든 한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스캔들이라는 사안 자체는 그리 큰 관심사는 아니었지만,그것을 둘러싸고 전개된 일련의 과정에서 ‘거짓말’이란 요소가 엄청난 파국을 몰고오고 또 거짓말은 반드시 밝혀지고 만다는 사실이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이지만 선진지향사회는 기본적으로 진실과 성실이 받침이 되는 신뢰사회일 수밖에 없다.거짓은 신뢰사회의 적이다.진실은 신뢰사회의 뿌리다.클린턴 섹스스캔들로 미국사회는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보통 있을수 있는 섹스스캔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스캔들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공직자의 최고봉이요 세계권력의 최첨단 직위와 관련된 스캔들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의 거짓을 극복하는 데는 평범한 진실을 찾는 것으로 족할수 있다.하지만 지도층의 거짓은 파장도 그만큼 크지만 진실을 찾아 정의를 세우는 일은 엄청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일단 지도층이라는 명예와 권세를얻으면 그 책임과 영향력은 그만큼 큰 파장을 타게 마련이다.예컨대 옷로비스캔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거짓말의 구조는 청와대 공직자를 비롯하여 검찰의 공조직, 나아가 지도층 부인들에게 이르기까지 난마처럼 얽히고 설켜 있다.그래서 평범한국민은 슬퍼한다.차라리 지도층이기를 포기하라는 절규이다. 경제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은 단순히 기업구성과 체질을 바꾸는 것만이 아니다.경제운용자의 철저한 변신과 변화를 기본 조건으로 삼는다.고위 공직자를 비롯한 지도층의 바꿈과 변신은 공직기구의 재편 못지않게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요즈음 ‘기러기 논쟁’도 있다.기러기가 화살촉 모양으로 대오를 지어 함께 날아갈 때는 혼자일 때보다 71% 정도의 거리를 더 날 수 있다고 한다.조류전문가들의 분석이다.그런데 화살촉 방향타 맨앞에 나는 기러기는 가장 힘있고 부유한 기러기가 아니다.힘없고 약한 기러기 아니면 순번을 바꿔가며평범한 능력의 기러기가 포진하고, 힘센 지도층은 중간과 말미에 포진하여까악대는 소리와 날개놀림으로 앞에 포진한 기러기의 힘을 북돋아주고 용기를 주며 함께 날아간다고 한다.

우리사회 지도층이 아무리 고매한 도덕과 힘을 지녔어도 평범한 사람들과함께 어울려 날지 않으면 힘없는 구성원은 탈락하고 급기야는 공동체 전체가 이합집산화하거나 최악의 경우 붕괴될수도 있다.하물며 힘만 있고 방향을잃은 지도층이 제멋대로 앞에서 날면 후속부대는 어떻게 되겠는가,지도층이평범한 주민의 필요한 대열에 포진하여 격려하고 아껴주며 모범을 보여야 그공동체가 기러기공동체로 살아갈 수 있다.

공권력의 위치와 역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솔직히 말해 국민속에 뿌리박고 국민을 섬기는 지도층이 건재하면 그 사회는 안심하고 순항할 수 있다.공동체적 결속의 조건은 바로 서로 믿고 의지하는 신뢰의 관계이다.신뢰를 공고히 하는 조건은 진실이다.도덕적 진실이고,실천적 진실이고,공동체적 진실이다.썩은 지도층은 도려내기에 앞서서 스스로 퇴진해야 옳다.자신들만붕괴되는 게 아니다.사회 전체가 붕괴를 향해 달리기 때문이다.

[朴宗和 경동교회 담임목사, 前기독교장로회 총무]
1999-12-0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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