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독일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안네-소피 무터(사진)에게 연민을 느꼈던때가 있다.13살이 되던 1976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에게 발탁된 뒤 줄곧 이름을 날렸지만,이 대지휘자가 1989년 세상을 떠나기까지는 베를린필하모닉이그렇게 불리웠듯 ‘카라얀의 악기’로서의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뛰어난 연주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녀 자신의 음악이 아니라 카라얀의 음악을 했다는….
무터가 36살이 된 올해 ‘그라모폰’ 레이블로 내놓은 비발디의 ‘4계(季)’는 그녀에 대한 인상을 완전히 바꾸어놓기에 충분할 것 같다.협연은 바이올리니스트 비야르네 피스쿰이 이끄는 노르웨이의 젊은악단 트론하임 솔로이스츠다. 이 음반에선 지금까지의 어떤‘4계’와도 다른, 그녀 자신만의 매력을흠씬 풍기고 있다.
무터의 ‘4계’를 말하며 카랴얀을 떠올린 것은 바로 그녀가 15년전인 1984년 카라얀과 이 곡을 녹음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무터는 당시 빈필하모닉과 녹음한 ‘4계’를 EMI에서 펴냈고,이 음반은 국내에서도 적지않게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진다.
새로운 ‘4계’는 겉모습에서 부터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EMI것에서 그녀는 검은 연주복 차림에 심오한 표정으로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유럽판에는그녀가 울창한 숲속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앉아있고,곁에 카라얀이붉은 스웨터를 어깨에 걸치고 있는 사진을 썼다)그러나 그라모폰에서 그녀는온통 파스텔 색조인 공간에서 여성적 매력을 최대한 발산한다.
음악도 자켓이 풍기는 분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80여명이 참여한 카라얀쪽이 유려하면서 깊은 맛을 낸다면,불과 16명의 트론하임에서는 화려하면서 톡톡튀는 개성이 느껴진다.
그러나 두 음반의 우열을 가리려 든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트론하임음반의 해설지에 “카라얀 것이 고급의 진한 레드와인이라면, 트론하임 것은잘 익은 샴페인의 코르크 마개가 펑 소리내며 빠지는 듯한 느낌”이라고 쓴누군가의 표현은 매우 적절한 것 같다. 붉은포도주는 붉은포도주 대로, 샴페인은 샴페인 대로 즐기면 되지 애초부터 종류가 다른 것을 비교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얘기다.
서동철기자 dcsuh@
무터가 36살이 된 올해 ‘그라모폰’ 레이블로 내놓은 비발디의 ‘4계(季)’는 그녀에 대한 인상을 완전히 바꾸어놓기에 충분할 것 같다.협연은 바이올리니스트 비야르네 피스쿰이 이끄는 노르웨이의 젊은악단 트론하임 솔로이스츠다. 이 음반에선 지금까지의 어떤‘4계’와도 다른, 그녀 자신만의 매력을흠씬 풍기고 있다.
무터의 ‘4계’를 말하며 카랴얀을 떠올린 것은 바로 그녀가 15년전인 1984년 카라얀과 이 곡을 녹음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무터는 당시 빈필하모닉과 녹음한 ‘4계’를 EMI에서 펴냈고,이 음반은 국내에서도 적지않게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진다.
새로운 ‘4계’는 겉모습에서 부터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EMI것에서 그녀는 검은 연주복 차림에 심오한 표정으로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유럽판에는그녀가 울창한 숲속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앉아있고,곁에 카라얀이붉은 스웨터를 어깨에 걸치고 있는 사진을 썼다)그러나 그라모폰에서 그녀는온통 파스텔 색조인 공간에서 여성적 매력을 최대한 발산한다.
음악도 자켓이 풍기는 분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80여명이 참여한 카라얀쪽이 유려하면서 깊은 맛을 낸다면,불과 16명의 트론하임에서는 화려하면서 톡톡튀는 개성이 느껴진다.
그러나 두 음반의 우열을 가리려 든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트론하임음반의 해설지에 “카라얀 것이 고급의 진한 레드와인이라면, 트론하임 것은잘 익은 샴페인의 코르크 마개가 펑 소리내며 빠지는 듯한 느낌”이라고 쓴누군가의 표현은 매우 적절한 것 같다. 붉은포도주는 붉은포도주 대로, 샴페인은 샴페인 대로 즐기면 되지 애초부터 종류가 다른 것을 비교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얘기다.
서동철기자 dcsuh@
1999-11-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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