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논의가 후퇴하는가? 대통령의 8·15경축사 이후 재벌개혁은 탄력이 붙는 듯했다.재벌개혁 논의도 이해당사자를 제외한다면 개혁 자체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었다.다만 개혁방법을 둘러싸고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는 시각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시각의 대립이 있었을 뿐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물론 야당도 재벌개혁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 단지국가가 주도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했을 뿐이다.재벌개혁 여부에 대한 합의는 사실상 국민적 합의이기도 하다.그런데 최근 한국과 미국의 최고로 자타가 공인하는 대학의 교수들이 전경련 강연과 논문을 통해 재벌개혁자체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재벌개혁 논의가 후퇴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유감스러운 점은 재벌개혁 반대론이 현실의 왜곡이나 논리의 비약,흑백논리에 의거하고 있어 학문적인 성격의 주장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선동적인’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론은 우선 재벌개혁의 목표가 재벌 해체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대우사태를 보면 재벌도 해체될 수는 있다.그러나대우는 다른 재벌들이 IMF위기를 맞이하여 내부정비를 하는 동안 유일하게 차입에 의한 팽창일로의 구태를 계속한 재벌이라는 점에서 해체를 자초한 경우이다.오히려 지금 정부는 관련 대기업들을 하나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까지 고려하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가 재벌개혁의 방향으로 설정해 놓은 8가지 원칙 어디를 보아도 재벌해체를 지향하는 것은 없다.재벌개혁의 긍극적인 목표는 현재와 같은 ‘황제경영’과 ‘선단식 경영’을 탈피하여 선진적인 대기업들로 거듭나게 하고 이들이 역동적인 중소기업군과 함께 쌍두마차를 이루는 선진 한국경제를 구축하는 데 있다.
그런데 마치 ‘재벌개혁=재벌해체=대기업 해체’라는 억지논리를 펴면서 ‘재벌존속=대기업 존속’이라는 대항논리를 제시하고 재벌개혁 정책이 중소기업만 있는 경제를 지향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관계의 왜곡이다.뿐만 아니라 한국 재벌을 옹호하기 위해 즐겨 인용되는 GE나 일본의 기업집단들은 ‘황제경영’이 이루어지는 재벌들이 결코 아니다.따라서우리 재벌을 해체하려면 ‘다른 나라 재벌도 같이 해체하자’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없는 재벌을 어떻게 해체하겠는가? 초일류의 대기업군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업종의 전문화는 불가피하다.그 이유는 우리경제의 가용자원이 유한할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 비해서는 더욱 유한하다는 기초적인 사실 때문이다.독일의 벤츠그룹은 삼성그룹의 30배가 넘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츠그룹는 초일류를 지향하면서 크라이슬러 자동차와 합병했다.
이처럼 선진 대기업들도 경쟁을 위해 전문화 방향으로 초대형화하고 있는현실에서 재벌들의 ‘선단식 경영’으로는 이들과 경쟁할수 있는 초일류 대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병원이나 종합대학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전문화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펴는 것은 학문적 비유로분류되기도 어렵다.21세기 무한경쟁의 시대에 한국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재벌계열사들이 국제경쟁력 있는 대기업들로 거듭나야 한다.
재벌개혁의 방향으로 제시된 책임경영의 확립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이의가제기되고 있다.마치 그것이 재벌총수들의 전면적이고 무조건적인 퇴진을 겨냥한 것처럼 왜곡하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소유와 경영이 100% 분리된 것은 공산국가의 사업소’라는 주장은 사실관계에도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무근의 비난이다.공산국가 사업소는 100% 소유와 경영이 일치했으며,재벌개혁이 소유와 경영의 100% 분리를 지향하고 있는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재벌개혁은 명백히 권한은 무한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황제경영체제’를타파하는 것으로 권한과 책임의 균형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이다.시장을 성장시켜 나중에 재벌들을 개혁하자는 하버드대 교수들의 주장은 차라리 순진하다.한국경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재벌체제를 방치한 채 어느 세월에 시장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지,그리고 그 사이에 재벌들의 성장은 멈추어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재벌개혁을 하지 말자는 주장을 다른식으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재벌개혁 논의의 차원을 높이자.21세기 지식기반경제의 도래에 대비하는 시장경제의 구축이라는 목표에 어느 방향이 가장 적합한 지를 놓고 논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그러나 근시안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여 비전을 잃는다면우리는 다시 후진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김호균 명지대 교수·지식정보학]
대부분의 언론은 물론 야당도 재벌개혁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 단지국가가 주도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했을 뿐이다.재벌개혁 여부에 대한 합의는 사실상 국민적 합의이기도 하다.그런데 최근 한국과 미국의 최고로 자타가 공인하는 대학의 교수들이 전경련 강연과 논문을 통해 재벌개혁자체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재벌개혁 논의가 후퇴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유감스러운 점은 재벌개혁 반대론이 현실의 왜곡이나 논리의 비약,흑백논리에 의거하고 있어 학문적인 성격의 주장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선동적인’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론은 우선 재벌개혁의 목표가 재벌 해체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대우사태를 보면 재벌도 해체될 수는 있다.그러나대우는 다른 재벌들이 IMF위기를 맞이하여 내부정비를 하는 동안 유일하게 차입에 의한 팽창일로의 구태를 계속한 재벌이라는 점에서 해체를 자초한 경우이다.오히려 지금 정부는 관련 대기업들을 하나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까지 고려하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가 재벌개혁의 방향으로 설정해 놓은 8가지 원칙 어디를 보아도 재벌해체를 지향하는 것은 없다.재벌개혁의 긍극적인 목표는 현재와 같은 ‘황제경영’과 ‘선단식 경영’을 탈피하여 선진적인 대기업들로 거듭나게 하고 이들이 역동적인 중소기업군과 함께 쌍두마차를 이루는 선진 한국경제를 구축하는 데 있다.
그런데 마치 ‘재벌개혁=재벌해체=대기업 해체’라는 억지논리를 펴면서 ‘재벌존속=대기업 존속’이라는 대항논리를 제시하고 재벌개혁 정책이 중소기업만 있는 경제를 지향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관계의 왜곡이다.뿐만 아니라 한국 재벌을 옹호하기 위해 즐겨 인용되는 GE나 일본의 기업집단들은 ‘황제경영’이 이루어지는 재벌들이 결코 아니다.따라서우리 재벌을 해체하려면 ‘다른 나라 재벌도 같이 해체하자’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없는 재벌을 어떻게 해체하겠는가? 초일류의 대기업군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업종의 전문화는 불가피하다.그 이유는 우리경제의 가용자원이 유한할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 비해서는 더욱 유한하다는 기초적인 사실 때문이다.독일의 벤츠그룹은 삼성그룹의 30배가 넘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츠그룹는 초일류를 지향하면서 크라이슬러 자동차와 합병했다.
이처럼 선진 대기업들도 경쟁을 위해 전문화 방향으로 초대형화하고 있는현실에서 재벌들의 ‘선단식 경영’으로는 이들과 경쟁할수 있는 초일류 대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병원이나 종합대학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전문화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펴는 것은 학문적 비유로분류되기도 어렵다.21세기 무한경쟁의 시대에 한국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재벌계열사들이 국제경쟁력 있는 대기업들로 거듭나야 한다.
재벌개혁의 방향으로 제시된 책임경영의 확립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이의가제기되고 있다.마치 그것이 재벌총수들의 전면적이고 무조건적인 퇴진을 겨냥한 것처럼 왜곡하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소유와 경영이 100% 분리된 것은 공산국가의 사업소’라는 주장은 사실관계에도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무근의 비난이다.공산국가 사업소는 100% 소유와 경영이 일치했으며,재벌개혁이 소유와 경영의 100% 분리를 지향하고 있는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재벌개혁은 명백히 권한은 무한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황제경영체제’를타파하는 것으로 권한과 책임의 균형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이다.시장을 성장시켜 나중에 재벌들을 개혁하자는 하버드대 교수들의 주장은 차라리 순진하다.한국경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재벌체제를 방치한 채 어느 세월에 시장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지,그리고 그 사이에 재벌들의 성장은 멈추어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재벌개혁을 하지 말자는 주장을 다른식으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재벌개혁 논의의 차원을 높이자.21세기 지식기반경제의 도래에 대비하는 시장경제의 구축이라는 목표에 어느 방향이 가장 적합한 지를 놓고 논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그러나 근시안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여 비전을 잃는다면우리는 다시 후진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김호균 명지대 교수·지식정보학]
1999-10-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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