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훈장 경시풍조

[오늘의 눈] 훈장 경시풍조

박정현 기자 기자
입력 1999-10-06 00:00
수정 1999-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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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을 반납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씨랜드화재참사로 아들을 잃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반납한 훈장은 갈 곳이 없어행정자치부가 보관하고 있다.

이어 무공수훈자,독립 유공자,레슬링 금메달리스트에 이어 교사들까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훈장을 반납하겠다고 나섰다.훈장반납 붐이라고나 할까.

우리 상훈법은 훈장반납 제도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그렇다고 언제나 훈장을 반납해서 안된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독일과 일본의 경우 특별한 이유가있으면 반납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환경관련 업무를 맡던 공직자가 퇴직후 환경시민단체에서 일하면서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는 상황이라면 훈장반납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것이다.본인이 죽고나면 훈장을 국가에 반납하도록 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선대가 독립운동을 한 ‘죄’로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으며,생계를 위해 연금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히려 그들이 조상의 영예인 훈장을 반납하면서까지 한달에 67만여원의연금을 요구할 수 밖에 없도록 한데는 우리 사회와 정부의 탓도 있다.

전투에 참가해 공적을 세운 무공수훈자들이 받는 생활보조금은 한달에 5만5,000∼7만5,000원.취업과 교육 등의 혜택도 있지만 이런 보조금으로는 생활에 거의 보탬이 되지 않는다며 훈장반납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사립학교에서공립학교로 옮길때 자신의 잘못으로 명퇴금을 받지 못하게된 일부 교사들의경우는 사정이 다르지만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훈장을 이용한다는점에서는 비슷하다.

훈장 한개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대략 10만원선.하지만 훈장은 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명예와 권위를 상징한다.수십년간 공직에 근무했거나 국가를위해 봉사했음을 인정한 징표다.

90만여명의 공무원 가운데 97년 한해동안 훈장을 받은 공무원은 3,000여명에 불과하다.훈장은 받고 싶다고 누구나 받는 것이 아니다.

까닭에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해도 훈장을 투쟁의 수단으로 삼는 데 대해서는 훈장의 명예와 권위를 깊이 생각해 신중하게 처신하는 것이 바람직스럽지않을까. 너도나도 반납하겠다면 훈장과 영예의 가치는 누가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박정현 행정뉴스팀기자 jhpark@
1999-10-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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