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재벌총수의 1주기

[사설] 한 재벌총수의 1주기

입력 1999-08-27 00:00
수정 1999-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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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이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가 되고있는 가운데 SK그룹이 유독 돋보이는 면이 있다.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재계 간담회에 참석한 5대그룹 총수중 SK그룹만이 오너아닌 전문경영인 총수였고 정보통신·화학·에너지등업종전문화에 앞장서고 있는 그룹경영체제도 눈길을 끈다.SK그룹의 이같은변화는 한 재벌총수의 앞을 내다보는 탁월한 경영철학과 훌륭한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고(故)최종현(崔鍾賢)SK그룹회장의 1주기 추모식이 26일 정·재계등 각계인사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렸다.고인이 마지막 남긴 심기신(心氣身)수련책자인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움직여라’와 경영이론서인 ‘21세기 일등국가가 되는 길’등 유고집도 출간됐다.최회장의 1주기를 특별히 추모하고 기리는 것은 그가 한 재벌총수를 넘어 오늘날 우리 사회와 기업에 남긴 업적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재벌총수로서의 최회장은 섬유중심의 선경을 정보통신과 석유화학을 주도하는 재계 5위의 SK그룹으로 키워냈다.창업주의 동생이긴 하지만 일찍이 세계최고수준의 기업문화를 주창한 최회장의 ‘슈펙스’(SUPEX)경영전략이 미국의 경영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자질도 훌륭했다.최고수준의 기업이 되기위해 인재(人材)육성을 강조했던 최회장의 경영철학은 SK를취업희망자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기업으로 만들었고 그의 사후(死後)에도 그룹을 훌륭하게 이끌어갈 전문경영인들을 길러냈다.

항상 앞을 내다보는 최회장은 재벌총수의 역할을 10년후 사업을 결정하는일이라는 신념으로 섬유에서 에너지,석유화학,정보통신으로 기업을 이끌었고 마침내 업계 최초로 전문경영인 그룹총수시대를 여는 기틀을 만들었다.‘재계의 총리’로 불리는 전경련 회장을 3기나 연임하면서 기업의 경쟁력강화와 재계화합에 기여한 공로도 크다.세무조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은 과감하게 비판하는 용기도 보였다.

기업가로서의 업적 못지않게 최회장은 죽은 후에 더욱 빛났다.사회적인 통념을 깨고 화장할 것을 유언한 것이다.장묘문화를 개선하기위해 자신이 앞장서는 것은 물론 SK그룹이 값싸고 훌륭한 납골당을 만들어 사회에 기증할 것도 당부했다.최회장의 유언은 화장이 사회 지도층들에 이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최회장의 훌륭한 기업가 정신이더욱 아쉬운 오늘이다.

1999-08-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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