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소박한 생각으로 말하자면 시대의 변화와 역사는 흐르는 물과 같다.
그래서 거기에는 순리와 역리도 있게 마련이다.법과 정치도 이 물의 흐름과호흡을 같이해야 순리를 따르는 일이 될 것이다.
정치가는 시대의 물흐름을 미리 감지하고,순리대로 방향을 잡고 백성들이 갈길을 예비해야 할 책임이 있다. 물길을 거슬러 장애가 되거나 흐름을 역류시키는 언행은 현명하지 못하다.
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8·15경축사를 계기로 여야간 색깔논쟁이 불거지고 있다.시장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제한된 범위의 개입,재벌의 금융기관 구조개선 및 경영건전성 강화방안,그 밖의 강도높은 재벌개혁방안을 마치 혁명적인 체제변혁이라도 예감한 듯 ‘색깔론’을 들먹이는 것을보면 정치적 논쟁의 낙후성을 실감케 한다.
거기다가 보안법개정을 둘러싼 여야의 이념논쟁은 우리사회가 10년의 세월을 뒷걸음질쳤거나 정체상태에 머물러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제6공화국의 출범과 함께 국회에 ‘악법개폐특위’가 가동한 적이 있었다.
군사독재하에서 인권침해소지가 있던 악법들을 개폐하는 작업을 맡았던 곳이었다.여기에서는 수많은 반(反)민주 악법에 대한 개폐논의와 더불어 국가보안법 개폐논의가 있었다.
당시는 남북기본합의서도 발효되지 않은 상태였고 금강산관광이나 대북경협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적 사고에 깊이 찌든국가보안법을 ‘민주질서수호기본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보안법의 악법조항들을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도있게 논의되었었다.
국가보안법 존치론의 주된 논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별로 없다.북한은 우리와 대등한 국가가 아니라 반(反)국가단체일 뿐이라는 점,북한이 계급혁명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우리도 대북한 안보의지를 포기할 수 없다는점 등이다.
그러나 현실의 변화를 조금이라도 솔직하게 바라본다면 이것은 억지논리에지나지 않는다.
90년대 이후 냉전체제는 종식되었다.한반도 주변국의 정세도 근본적으로 변했다.북한도 내부적으로 변한 것이 있다.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국민의식도현저히 변했다.
북한의 심각한식량난,약화된 군사력,금강산 관광과 대북투자유치 등 그 변화의 조짐은 수없이 많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야욕을 현실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국가보안법을 안보의 최후보루로 인식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벗어난 착오에 불과하다.
재벌개혁이든 대북정책이든 시각차이는 있을 수 있다.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그 순리를 거역하는 논리는 고립을 자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 인간의 의식도 변하고,인간의 의식이 변하면 법과 제도도 바뀌어야 순리이다.급변하는 시대에 지금여기에서 한 발자국의 궤도수정은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놀랄만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이 시대적 과제를 책임있는 정치인과 정당은 외면해서는 안된다.
역사를 한 발자국 앞서 바라보는 진취적인 자세로 오늘의 갈등과 혼란의 해결 실마리를 열고,국민 모두에게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 개혁의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한다.알맹이 없는 색깔시비로 개혁의 발목을붙잡는 일은 건전한 보수세력이 자임하고 나설 일이 아니다. 편협한 보수는진정한 보수세력을 자임하고 나설 자격이 없다.
[金日秀 고려대교수·법학]
그래서 거기에는 순리와 역리도 있게 마련이다.법과 정치도 이 물의 흐름과호흡을 같이해야 순리를 따르는 일이 될 것이다.
정치가는 시대의 물흐름을 미리 감지하고,순리대로 방향을 잡고 백성들이 갈길을 예비해야 할 책임이 있다. 물길을 거슬러 장애가 되거나 흐름을 역류시키는 언행은 현명하지 못하다.
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8·15경축사를 계기로 여야간 색깔논쟁이 불거지고 있다.시장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제한된 범위의 개입,재벌의 금융기관 구조개선 및 경영건전성 강화방안,그 밖의 강도높은 재벌개혁방안을 마치 혁명적인 체제변혁이라도 예감한 듯 ‘색깔론’을 들먹이는 것을보면 정치적 논쟁의 낙후성을 실감케 한다.
거기다가 보안법개정을 둘러싼 여야의 이념논쟁은 우리사회가 10년의 세월을 뒷걸음질쳤거나 정체상태에 머물러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제6공화국의 출범과 함께 국회에 ‘악법개폐특위’가 가동한 적이 있었다.
군사독재하에서 인권침해소지가 있던 악법들을 개폐하는 작업을 맡았던 곳이었다.여기에서는 수많은 반(反)민주 악법에 대한 개폐논의와 더불어 국가보안법 개폐논의가 있었다.
당시는 남북기본합의서도 발효되지 않은 상태였고 금강산관광이나 대북경협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적 사고에 깊이 찌든국가보안법을 ‘민주질서수호기본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보안법의 악법조항들을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도있게 논의되었었다.
국가보안법 존치론의 주된 논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별로 없다.북한은 우리와 대등한 국가가 아니라 반(反)국가단체일 뿐이라는 점,북한이 계급혁명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우리도 대북한 안보의지를 포기할 수 없다는점 등이다.
그러나 현실의 변화를 조금이라도 솔직하게 바라본다면 이것은 억지논리에지나지 않는다.
90년대 이후 냉전체제는 종식되었다.한반도 주변국의 정세도 근본적으로 변했다.북한도 내부적으로 변한 것이 있다.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국민의식도현저히 변했다.
북한의 심각한식량난,약화된 군사력,금강산 관광과 대북투자유치 등 그 변화의 조짐은 수없이 많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야욕을 현실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국가보안법을 안보의 최후보루로 인식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벗어난 착오에 불과하다.
재벌개혁이든 대북정책이든 시각차이는 있을 수 있다.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그 순리를 거역하는 논리는 고립을 자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 인간의 의식도 변하고,인간의 의식이 변하면 법과 제도도 바뀌어야 순리이다.급변하는 시대에 지금여기에서 한 발자국의 궤도수정은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놀랄만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이 시대적 과제를 책임있는 정치인과 정당은 외면해서는 안된다.
역사를 한 발자국 앞서 바라보는 진취적인 자세로 오늘의 갈등과 혼란의 해결 실마리를 열고,국민 모두에게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 개혁의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한다.알맹이 없는 색깔시비로 개혁의 발목을붙잡는 일은 건전한 보수세력이 자임하고 나설 일이 아니다. 편협한 보수는진정한 보수세력을 자임하고 나설 자격이 없다.
[金日秀 고려대교수·법학]
1999-08-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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