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20세기 마지막 8·15

[대한광장] 20세기 마지막 8·15

손장래 기자 기자
입력 1999-08-14 00:00
수정 1999-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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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마지막 8·15를 맞이한다.8·15 해방은 우리 민족의 기쁨이요,희망이었다.54년이 지났다.열심히 살아왔다.피차 맹렬했다.그러나 남북 가릴것없이 지금 우리 민족이 겪고 있는 현실은 결코 만족스럽다고 할 수만은 없다.

“조선사람들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요”.남북한문제에 관한 일본의 TV대담 중 있었던 일이다.원래 예의 바른 사람들이다.모멸이자 조소였다.

그의‘조선사람’에는 남북이 구별없이 동일시됐다.

20세기는 인류 역사상 과학기술의 발달면에서 경이적인 세기이다.동시에 어느 세기에도 비할 수 없는 대규모의 전쟁과 살육이 있었다.인명피해에 있어우리 민족에게도 최악의 세기였다.그러나 민족 대학살의 그림자는 아직 한반도에 무겁게 드리워져 있다.

북한 정부 수립 51주년 9·9절을 기하여 있을 수 있다는 미사일(인공위성)발사를 놓고 군사적 대응을 한·미 국방장관 간에 논의했느니 안했느니 설왕설래한다.일본 반응은 소연하다.일본은 이를 실전상황으로 확대,미사일 공격 조짐이 있을 경우 선제공격으로 미사일기지 폭격을 검토했다고 보도됐다.

정부는 당연히 군사적 조치에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북의 동시적인 서울 포격과 전쟁으로 민족의 공멸을 예견하기 때문이다.포괄적 타결안을 주장했다.국제사회에 있어 힘의 행사와 관련 각국의 인식과 이해는 항상 우리의국익에 합치될 수는 없다.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은 이임사에서 민주주의와 평화에 대한 미 방위산업과 군부복합체의 위험을 경고했다.

미국의 도의심 평가에 인색하지는 않지만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여망이 우리처럼 절실할 수는 없다.미국은 불확실한 통일 후의 한국보다 확실한 현재의 분단상태를 선호할 수도 있다.군사대국으로 복귀하는 일본으로선 북의‘위협’을 그 목적 달성에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일본은 미국의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에 참여하고,2015년까지는 4만t급 경항공모함 2척을 건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평화헌법 위반이며,주변국의 심각한 우려사항이다.

북이 취하는 행위에 있어 절대 간과해서 안되는 것은 북은 그들 나름대로의 논리와 주장에 과감히 주사위를 던져 행동한다는점이다.남이 보아 이판사판의 너 죽고 나 죽자는 모험주의이며,그들로서는 죽기를 각오하고 감행하는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정신이며,빨치산의 저항 전통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옳고 그름을 떠나 북의 주장을 살펴보자.영변 핵 의혹과 관련,94년 제네바 합의에 의해 의혹을 해소했다.그러나 약속된 3개월 내의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대사급 격상,경제제재의 해제와 지원,경수로발전소 건설,중유 공급 등 5년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거나 지지부진하다.빈 동굴로 판명된‘금창리 핵시설 의혹’으로 지난 1년을 시달렸고,북진해 정부를타도,민주정부를 수립한다는‘5027계획’으로 자기들을 위협한다.

미사일문제는 제네바 합의에는 없는 주권의 행사이며,미국과 마찬가지로 발사와 판매의 권리를 갖는다.필요하면 수출에 상응한 대가를 지불하라.과학목적의‘인공위성’이다.현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미군 철수를 하고국교를 정상화하자.미측은 약속을 이행하지도 않고 계속 새로운 문제를 제기해 북을 고립,압사하려 한다.합의를 파기한다면 우리도 우리의 갈 길을 간다.대충 이런 주장이다.

국제관계는 힘의 기능이다.분할과 통치(divide and rule)원리도 작용한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한민족이 살아 남기 위하여,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살기 위하여,우리는 지금의 분단과 분단에서 오는 모든 낭비와 불신·증오·희생의 비극을 이젠 끝내야 한다.

통미봉남(通美封南)을 비난하지만 개인이나 국가나 자기에게 이익이 되고,필요하다면 상대를 안하겠다 해도 계속 찾아온다.그런 능력과 성의를 가진존재가 되어야 하며 그것이 주체와 당사자의 요건이다.

왕건과 그 세대의 포용력과 통일 위업이 역사에 빛나듯 남북 민족의 대화합과 단결을 이룩해 청사에 기록되는 것은 분단 반세기를 넘기고 있는 우리 세대의 책임이며 동시에 후손이 길이 칭송할 영광이다.

<손장래 전말레이시아 대사>
1999-08-1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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