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미그機 밀거래

[외언내언] 미그機 밀거래

장정행 기자 기자
입력 1999-08-14 00:00
수정 1999-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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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도입한 미그21기가 옛 소(蘇)연방이었던 카자흐스탄으로부터들여온 것으로 밝혀져 크게 우려되고 있다.정부가 카자흐스탄 정부에 강력한 항의와 유감을 전달하고 미국 정부도 심각한 우려와 계속적인 경계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북한의 미그21기 도입이 남북한 간의 군사적 균형을 깨뜨릴 정도는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우려되는 것은 옛 소련의 첨단무기와 군사기술이 이런 식으로 북한에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이번 거래도정부 간의 공식적인 수출입이 아니라 ‘밀거래’로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져놀라움을 더해주고 있다.

옛 소련 해체 이후 소련이 보유하고 있던 각종 무기와 군사기술이 국제시장에서 암거래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그 중에는 핵무기와 미사일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고급 군사기술자들도 각국으로 팔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그러나 통제는 거의 없는실정이다.이번의 경우 카자흐스탄 정부조차 미그기 유출에 놀라 책임자를 해임하고 뒤늦게 그경위를 조사하는 것을 보더라도 옛 소련의 무기와 기술의밀거래가 얼마나 통제불능 상태인지를 잘 알 수 있다.

북한 실정은 어떤가.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해마다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이상을 군사비로 쓰면서 군사력 증강에 총력을 쏟고 있다.핵과 미사일등 대량 살상무기의 개발은 국제사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군사 강국’을 부르짖으며 군사력 증강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북한이 옛 소련의 이같은상황을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으며 미그기 밀거래가 이를 확인해준 셈이다.더 큰 문제는 북한으로 유출된 것이 미그21기뿐이겠느냐와 거래선도 카자흐스탄만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통제불능의 첨단무기와 군사기술이 북한과 같은 ‘불량 국가’로 흘러들어갈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성능이나 질적 차이때문에 단순한 수적 비교는 별 의미가 없다고는 하지만북한의 군사력은 그렇지 않아도 병력이나 장비면에서 우리보다 훨씬 월등하다.옛 소련의 무기나 기술이 북한에 계속 유입될 경우 남북한 간의군비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 분명하다.한반도와 주변국들의 불안도 가중될 수밖에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무기 유입을 감시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정보수집력을 더욱 키우고 미국 등과의 공조체제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아울러 무기와 군사기술의 밀거래를 막을 외교적 노력도 다해야겠다.더 이상의 군비경쟁은 남북 모두에 엄청난 부담이 될 뿐이다.<장정행 논설위원>
1999-08-1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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