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두뇌한국 21’ 사업을 이렇게 본다

[대한광장]’두뇌한국 21’ 사업을 이렇게 본다

조벽 기자 기자
입력 1999-07-14 00:00
수정 1999-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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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대비해 고등인력을 키우려고 교육부가 내놓은 ‘두뇌한국21’사업이 사회적 논쟁으로 번지고 이제는 정치적인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지경까지 왔다.나눠먹기식의 균등지원 정책은 돈만 낭비한다며 집중지원방법을 고수하는 입장을 들어보면 그 말이 옳은 듯하다.그러나집중지원에서 제외된 대학이나 학과는 황폐화될 것이기 때문에 사업을 전면백지화 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을 들어보면 그쪽 말도 맞는 것 같다.과연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단 말인가.

그러나 이 질문은 백날 따져봤자 결론이 나올 수 없다.고등교육개혁을 유도하겠다는 ‘두뇌한국21’ 사업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은 균등지원이냐 집중지원이냐,공정한 경쟁이냐 비민주적 특혜냐 등 개혁‘방법론’에 대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문제는 몇가지 대립적 양상으로 축소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이리저리 얽히고 설켜 여간 복잡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문제의 핵심은 우리 사회 밑바닥에 짙게 깔려있는 교육개혁의 ‘결과’(vision)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본다.이것을 해소하지 않고는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개혁이라는 것은 원래 기존질서를 허물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것이다.새로운 질서로써 모두가 잘 살게 될 것이라는 결과가 뚜렷이 보이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불안해 한다.앞날에 대해서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이미 손에 쥐고있는 것을,아무리 보잘 것없는 것이라도,더 힘껏 움켜쥐려고 하는 게 사람심리다.그래서 개혁결과에 대한 믿음 없이 진행되는 논쟁은 이성적 토론에서 감정적인 대립으로 재빨리 확산된다.

그러니 ‘두뇌한국21’ 사업을 반대하는 교수들의 감정이 거리에서 폭발하기도 하고,그 행동이 바로 교수의 집단 이기주의라는 감정섞인 비난을 받기도 한다.개혁결과에 대한 불안감은 교육부와 대학 사이에 골이 깊은 불신감에서 비롯하였다고 생각된다.세상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는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되니 서로 고등교육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그럼 과연 누가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하는가.이 질문 역시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는 끝없는 토론이 될 것이다.

돈자루와 칼자루는 교육부가 쥐고 있는 반면 고등교육의 현실을 가장 잘알고 현장에서 앞장서야 할 인력은 대학에 있기 때문이다.그러므로 고등교육개혁이 성공하자면 교육부와 대학이 협력해야만 가능하다.그러므로 교육부와 대학의 관계가 대립에서 협력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더욱더 큰 분쟁의 회오리바람이 불어칠 것이다.

얼마전 우리 사회를 놀라게 한 교수들의 거리시위는 단지 앞으로 올 분쟁의 전주곡에 불과할 것이다.불신이 지배하는 한 불화는 불만을 키우고,크고 작은 시비가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교수가 노조를 결성한다든지,분쟁이 사사건건 법정투쟁으로 확산될 것이다.이 지경이 되면 사회 전체가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리게 될 것이다.

너무 과거에 치우치지 말아야겠다.왜 불신감이 생겼는가 따지지 말자.협력을 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믿음이며,믿음은 오늘부터라도 쌓을 수 있다.믿음을 얻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공개적으로 평가를 받는 일이다.그리고 평가는쌍방적이어야 한다.

학생을 평가하던 교수가 학생들로 부터 평가를 받듯,교수를 평가하고자 하면 보직교수(총장,처장,학장)들도 평교수들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하며,대학과 교육부도 역시 서로 평가해야 하겠다.그리고 평가의 결과가 공개돼야 효력이 있다.마냥 믿어 주십시오 하지 말고 믿을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한국의 대학과 교육부는 갈림길에 서있다.서로 협력해 한국에 지식기반사회를 이룩하는 데 일등공신이 될 것인가,아니면 서로 대립해 선진화를가로막는 장본인들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인가.개혁에는 파괴력과 창조력이 동시에 발산한다.어느 에너지가 우세 할 것인가는 운에 맡겨지는 것이 아니다.우리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조벽 美미시건공대 교수·기계학과
1999-07-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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