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뒤 사람들] ‘보이스 워커’ 서상권씨

[무대뒤 사람들] ‘보이스 워커’ 서상권씨

이종수 기자 기자
입력 1999-07-06 00:00
수정 1999-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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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배우들도 흉곽과 몸통이 메말라 획일적인 소리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유일의 ‘보이스 워커’인 서상권씨(43).그의 일은 배우들의 발성과 발음을 지도하는 것이다.외국에선 ‘보이스 디렉터’라고도 불리면서 전문적인 스태프로 인정받지만 우리에겐 아직 낯선 직업이다.

추상적·미학적 개념만으로 ‘발성이 안좋다’고 가르쳐왔죠.저는 학생들에게 ‘네 몸의 어느 부문을 쓰지 않아서 목소리가 뜬다’고 지적합니다”.

하는 일만큼이나 경력도 특이하다.서울대 성악과 졸업연주회는 그의 삶을 뒤바꾼 ‘사건’이었다.7곡을 불러야 하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아” 한곡도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

심한 자괴감에 빠져 들면서 성악가의 길은 멀어졌다.합창단원,오케스트라 기획업무,오페라 조연출,중학교 음악교사 등 다양한 직장을 전전했지만 ‘소리가 망가진’이유에 대한 궁금함은 떨쳐버릴 수 없었다.

밑바닥으로만 떨어진다고 생각하던 때에 잡은 끈이 뮤지컬.93년 뮤지컬전문기획사 에이콤의 창단멤버로 들어갔다.발레·한국무용·연기로 구슬땀을 흘리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몸이 무감각해지고 늘어져 있기 때문에 소리가 막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 발견은 수렁 탈출을 안내하는 ‘빛’이었다.이후 몸의 골격과 근육 등이소리에 미치는 영향을 파고들었다.배우훈련서는 물론이고 발음·화법책,국어책들을 샅샅이 뒤졌다.

‘겨울나그네’‘명성황후’등의 작품에서 실전연습도 겸했다.‘이거다’싶어 배우들을 가르치다 보면 어느새 미궁을 헤매는 과정을 수십차례 반복하다 연극판을 찾았다.말을 전달하고 뽑아내는 발성을 중시하는 바닥에서 더 쌓아야한다는 생각이었다.

이윤택의 우리극연구소를 거쳐 국립극단의 연수단원으로 1년을 보냈다.확신이 깊어지면서 배우들의 반응도 좋았다.‘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2학기부터 용인대에서 강의도 맡았다.‘사천일의 밤’(박상현 연출)에선 처음으로음악지도가 아닌 ‘보이스 워커’라는 본래 이름도 찾았다.

“대사의 문제점을 ‘몸의 활용’을 통해 고쳐주니 교수들과 학생들이 놀라는 분위기였습니다.그때까지 이런 작업이 거의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소리 클리닉 국내 1호’인 서상권씨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밀려 있다.

“더 많은 경험을 하면서 정교하고 체계적인 살을 붙여야 합니다.연극협회나 국립극장 등에서 연구기관을 세우는 식의 제도적 지원을 해으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습니다”이종수기자
1999-07-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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