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포럼] 정형근의원의‘新北風論’

[대한포럼] 정형근의원의‘新北風論’

장윤환 기자 기자
입력 1999-06-16 00:00
수정 1999-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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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14일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사태를 두고 느닷없이 ‘신북풍론’을 제기해 물의를 빚고 있다.정의원은 “서쪽에는 주권을 침해당하는데 정부가 강력히 대응하지 않고 동쪽에서는 금강산 관광을 가고 있으며,14일로 8일째 도발을 계속해온 북한이 주한 유엔군사령부의 장성급회담을 수용하는 등 세계 도발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서해사태를 전후해 정부와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조치가 마치남북한간에 서로 사전에 정해놓은 수순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工作的 斜視’에 할말 잃어 정의원의 주장은 결국 북한의 서해 침범사건은 고급옷 로비 의혹,검찰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등 일련의 악재(惡材)를 덮기 위해 ‘정부가 북한쪽에서해 침범을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우리는 정의원의 이같은 발언에 한마디로 경악을 금할 수 없다.정의원은 지금 연평도 해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단 말인가.15일 오전 우리 해군 함정이 북한쪽의 선제공격을 받고 응사하는 포격전이 벌어지기까지 했다.이에 따라 전군에 비상경계령이 발령되고 연평도에는 예비군동원령이 내려졌다.국민들은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다.자칫하다가는 대규모 무력충돌로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정의원의 발언이 교전사태 이전에 나온 것이긴 하지만 너무나도 무책임하다.장성급회담만 해도 그렇다.일촉즉발의 긴장상태를 풀자면 어떤 형식으로든 남북간의 대화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그나마 북한이 수용했던 장성급회담도 교전사태가 벌어지는 바람에별 성과없이 끝났다.이래도 정의원은 서해사태를 남북간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주장할 것인가.

정의원의 터무니 없는 발언에 경악해 마지않던 국민들은 곧바로 정의원의안기부 전력(前歷)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안기부의 악명이 높았던 시절 수사국장과 차장을 지낸 정의원은 13대 총선때 홍사덕(洪思德)의원에 대한 안기부의 흑색선전 공작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았고,지난 대선때 한나라당이 획책했던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인물이다.스스로 공작의 전문가인 정의원은 모든 사안을 공작적 차원에서 해석하는 게 체질화된 모양이다.그의 공작정치적 시각에 다만 어안이 벙벙할따름이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던가.정의원의 이같은 사시(斜視)는 한나라당 지도부에 그대로 번졌다.이회창(李會昌)총재는 15일 서해사태 보고를 위해 당사를방문한 박용옥(朴庸玉)국방차관 등에게 “여권이 어려운 국면을 모면하기 위해 현 상황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고 ‘신북풍론’에 가세했다.이총재의 발언은 ‘정부가 북한에 대해 서해 침범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정의원의 발언에서 한걸음 물러섰다.그러나 정부가 영해침범을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서해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한 것은 마찬가지다.하순봉(河舜鳳)총재비서실장은 “국민들 사이에서 최근 정국 상황을 호도하기 위해 신북풍을 일으켰다는 의혹이 있다”며국민들까지 끌어 넣었다.아귀가 맞아도 이보다 잘 맞을 수가 없다.

국가안보를 정쟁거리삼아서야 남북간에 포격전까지 벌어진 마당에 서해사태를 보는 한나라당의 시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국민들은 궁금하다.지금은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적·초당적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정치권이 정쟁을 앞세워 국민의 안보관에 혼란을 야기하거나 경계심을 이완시켜서는 안된다.근거도 없이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를 정치공세로 악용한 정의원과 한나라당은 국민들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張潤煥 논설고문]yhc@
1999-06-1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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