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기행(중)-대륙의 동력 상하이 푸동

중국경제 기행(중)-대륙의 동력 상하이 푸동

입력 1999-06-08 00:00
수정 1999-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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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박은호기자 중국 대륙의 젖줄,양쯔(揚子)강 끝자락엔 상하이(上海)시가 자리잡고 있다.아편전쟁 패배로 잠자던 중국의 문호가 열린 개항지,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터전이었던 곳….이런 정도의 과거사만 떠올리며 상하이행(行) 버스에 올랐다.동행한 조선족 청년의 보충설명.

“남한 면적의 절반이 넘는 중국 최대의 상공업 도시죠.정치·경제적으로중국 전체를 이끌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그저그런 소개라 무미건조했는데 상하이를 대면하면서 느낌은 반전됐다.

바오산(寶山)강철.양쯔강을 끼고 상하이 외곽에 위치한 중국의 대표적 공기업중 하나다.덩샤오핑(鄧小平)의 국가재건 의지의 산물이기도 하다.“한국의포항제철같은 제철소를 갖고 싶다” 는 염원을 내비쳤던 그는 78년 12월 집권과 동시에 바오산을 출범,꿈을 실현시켰다.그로부터 21년.세계 6대 철강업체로 바오산은 성큼 자라났다.

“센 상대와 겨뤄야 그만큼 우리도 발전한다.한국은 우리의 훌륭한 경쟁상대다.” 모전(莫臻) 홍보부장은 한국 철강업계의 중국진출에 대한 견해를 묻자 주저없이,목소리에 자신감을 실었다.바오산을 비롯한 중국의 철강생산량은 이미 세계정상이다.연산 1억t을 웃돌면서 한국을 멀찌감치 따돌린 데 이어 일본마저 앞지른 상태다.이젠 질(質)로 승부를 가리겠다는 태세다.합작법인으로 이곳에 진출한 포철 관계자는 “마치 호랑이를 기른 듯한 기분”이라며 위기감을 털어놓는다.

바오산은 중국 공기업 구조조정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우리말로 정리해고와 실직에 해당하는 ‘차이위앤(裁員)’과 ‘샤깡(下崗)’이 여느 지역처럼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생산성 향상을 위해 88년부터 매년 2,000명씩의 노동자를 잘라내 1만6,000여명으로 줄였다.최근 상하이제철소 등 2개사와 합병,직원이 무려 11만여명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다시 감원태풍이 불고 있다.모전홍보부장은 ‘살떨리는’ 계획을 말해줬다.“앞으로 5년에 걸쳐 5만명을 추가 감축한다.” 과연 여기가 사회주의 국가가 맞는 것인지….

상하이의 경제개발구 푸동(浦東)지역은 “적어도 외자유치만큼은 중국을 배우라”는 ‘격언’을 만들고 내고 있다.중국정부가 1996∼2000년까지의 5개년 계획(九五계획)중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개발지구 중 하나다.

개발 착수 3년만인 작년말 현재 세계 100대 기업 중 57개 기업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고,외국금융기관 46개 지점과 142개 사무소가 개설됐다.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앞두고 미국에 선심을 썼다는 얘기가 돌고 있는,제너럴모터스(GM)의 연산 10만대 뷰익 자동차 생산라인의 예정지도 이곳이다.

“푸동 신 국제공항 건설과 폭이 100m에 이르는 간선도로 닦기 등 중국정부가 인프라 개발에만 쏟아부은 돈이 300억달러”라는 현지 사업가의 설명은믿기지 않을 정도다.이런 심사를 내비치자 “손님이 제발로 걸어들어오게 할만큼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에 철저한 나라가 바로 중국”이라고 했다.

무서운 집중력과 추진력,그리고 이에서 느껴지는 속도감….만만디(慢慢地)로 통용돼 온 중국인은 적어도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만약 중국이 앞으로 ‘경제의 르네상스 시대’를 향유하게 된다면 푸동을 품에 안은 상하이가 견인차 역할을 하지 않을까.이런 생각이절로 들었다.

- 이색적 중국문화 2題…낮잠자기-샤오황띠 중국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문화현상 2제(題).

먼저 스페인의 시에스타(siesta·낮잠자기)가 중국에도 있다.광저우 등 남쪽지방은 점심시간이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무더운 날씨 때문에 작업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 시간에 잠을 잔다.

공무원과 기업체 직원,학생 등 모두가 쉰다.따라서 이 시간대면 집으로 찾아가는 자전거 행렬로 거리는 다시 부산하다.그렇다고 저녁 근무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아니다.오후 3시에 다시 ‘출근’해 5시를 넘어서면 퇴근을 한다.

이러다보니 더러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광저우의 한 기업가는 “남녀학생들이 잠은 자지않고 이 시간에 몰래 눈을 맞춘다”며 “여학생들이 낙태하는사태로까지 번진다”고 말했다.여러 모로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든다.

‘샤오황띠(小皇帝)’ 문제도 심각하다.

여느 집의 자식을 일컫는 말인데 “부모들이 황제 대접을 하고 자식은 황제행세를 한다” 고 한다.애지중지 키우느라 월급의 상당부분이 쓰인다.“요즘젊은애들 버릇이없다” 는 말도 자주 나돈다.‘샤오황띠’ 문제는 인구폭증을 주체할 수 없어 ‘하나만 낳아라’는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 탓이다.둘째가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 직장에서 쫓겨나기도 한다.그래서 호적에도 올리지 못하고 그저 쉬쉬하며 지낸다.‘샤오황띠’가 기성세대가 되는 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혼자만의 벌이로는 부모를 공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12억의 인구는 국력의 원천이면서도 걱정거리이기도 하다.
1999-06-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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