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활절 아침을 열며

[기고] 부활절 아침을 열며

김종양 기자 기자
입력 1999-04-04 00:00
수정 1999-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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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고 날씨가 풀리면서 노숙자들이 다시 서울역으로 몰려들고 있다.

가까스로 지난 겨울을 보낸 노숙자들이 거리로 나오면서 우리의 가슴 한구석에 그늘을 드리우고 아직도 밥을 굶고 있는 어린이들의 소식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더 아프게 한다.

더구나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졸업자들은 심한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그들은 스스로를 ‘상실세대’라고 부른다.대학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펼쳐보일 취업의 기회를 박탈당하고,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했다는 자괴감 어린 말이다.그리고 지금 북한에서는 식량난으로 우리의 동포들이 굶주려 죽어가고 있으며,지구의 저편 발칸반도에서는 인종분쟁으로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세상이 온통 기아와 질병과 실업과 전쟁으로 분란에 휩싸여 있다.그래서 지구멸망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는 ‘종말론’이 사람들의 정신을 어지럽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종말론이 아니라 다가오는 세기를 맞이할 수 있는 희망이다.자신의죽음으로 인류의 죄를 대신하고 부활을 통해 죽음의 고난을 이겨내는 희망을 보여준 예수 그리스도의 인류애와 고난 극복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 한알의 밀알이 묻혀 풍요로운 결실을 보장하듯이 자신의 조그마한 사랑의 실천 하나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나의 일이 아니라고 실업과결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밝은 내일은 기대할 수 없으며 식량난으로 고통받는 북한의 동포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그들을 돕는 민족적 실천이 없이는 민족의 통일도 맞이할 수 없다.

나의 어려움보다는 타인의 고통을 생각하는 열린 마음과 남한사회의 문제뿐만 아니라 민족 전체와 세계를 동시에 바라볼 줄 아는 민족적이며 세계적인사고가 있어야 새로운 세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어둠이 깊을수록 다가오는 새벽은 더욱 빛나고,고통이 깊을수록 고난을 이겨낸 기쁨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나보다는 사회 전체를 생각하고 인류 전체를 위해서 살아가는 박애주의 정신만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될 수 있다.자신을 버리고 남을 위해 살아가는 사랑의 실천이 있어야 훈훈한 인정이 살아있는 희망의 새로운 세기를 맞이할 수 있다.그것이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죽었다가 죽음의 고통을 딛고 다시 살아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오늘 우리들이 가져야 할 삶의 자세인 것이다.

[金 鍾 亮한양대 총장]
1999-04-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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