樹話 김환기 ‘山月展’

樹話 김환기 ‘山月展’

입력 1999-03-15 00:00
수정 1999-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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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우리나라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는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근대화가 중의 한 사람이다.지난 92년에는 그의 이름을 딴 환기미술관도 문을 열었다.1956년부터 타계할 때까지 그는 프랑스와미국 등지에서 두루 활동한,당시로서는 몇 안되는 국제적 화가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이력은 흔히 수업시대(1930년대∼45년),청년시대(1945∼56년),파리시대(1956∼59년),서울시대(1959∼64년),뉴욕시대(1964∼74년) 등으로나뉜다.

서울 환기미술관 수향산방에서 열리고 있는 ‘산월’전에서는 수화의 ‘서울시대’와 ‘뉴욕시대’ 초기작들을 주로 선보인다.수화의 작품세계는 크게 뉴욕시대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 볼 수 있다.뉴욕 이전의 전시대를 통해 그가 추구한 소재는 한국적인 정서를 대표하는 것들이었다.산,항아리,달,백자,새,사슴,매화,여인 등을 주로 그렸으며 때론 불상,집,구름,소나무 등도 다뤘다.그러나 그의 작품은 단순한 소재주의에 얽매이지 않는다.고도로 절제된조형성을 통해 넉넉한 해석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4월 4일까지 계속될 이번 전시에서는 드로잉과 과슈(gouache,수용성 아라비아 고무를 교착제로 해 반죽한 불투명 수채물감을 이용한 회화)작품 40여점을 보여준다.대부분 그동안 발표되지 않은 스케치풍의 소품으로 수화의 그림이 구상에서 추상으로 넘어가는 단계의 작품들이다.

수화가 항아리와 함께 유난히 애착을 가졌던 소재는 산,그중에서도 특히 달이 있는 산이다.50년대 서울 성북동 골짜기에 살던 시절 “달도 산협(山峽)의 달은 월광(月光)이 다르다”면서 달빛이 쏟아지는 마당 한가운데 항아리를 놓아두고 바라보곤했다는 일화도 있다.이번 전시의 주제도 그런 맥락에서 ‘산월(山月)’로 정했다.산월이란 산에 걸려 있는 달을 일컫는 말.하지만그의 작품 속의 산월은 달 속에 산이 잠겨 있는 형상이다.달 속에 산이 흐르고,마침내는 달과 산이 어우러져 도도한 물결이 돼 흘러간다.구체적인 산과달이 아니라 이미지로서의 산과 달인 것이다.동양의 관념산수와 서양 추상화가 하나로 만난 듯한 그의 그림에선 함부로 흉내낼 수 없는 시적형식미가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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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환기미술관측은 김환기 25주기(기일 7월 25일)를 맞아 오는 5월 4일부터 두달동안 ‘백자송(頌)’이란 이름으로 추모전을 열 계획이다.조선백자에 관한 수화의 탁월한 심미안은 널리 알려진 사실.뉴욕시기 이전의 그의 회화세계는 조선백자에 대한 예찬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1999-03-1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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