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농협비리 뒷짐 진 金監院

[오늘의 눈] 농협비리 뒷짐 진 金監院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1999-03-04 00:00
수정 1999-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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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퉁이를 지키다가 전체를 잃는다(守一遇 遺萬方)’라는 말이 있다.자기 앞가림만 하고 큰 흐름을 보지 못하는 경우에 비유된다.직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대의(大義)에 충실하라는 뜻도 담겨 있다. 농·수·축협 비리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감사원의 농협비리 발표에 이어 검찰이 농·수·축협의 전면 수사에 나섰다.관계자들이 출국금지되고 간부들의 소환이 예상된다.금융비리의 ‘전형’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유독 금융감독 당국만은 조용하다.강건너 불구경하듯 농·수·축협 비리에 관심이 없다.금융감독원은 감독권이 없다고 한다.검사권도 농림부 등에서 위임받은 것이라고 스스로 한계를 드러낸다.감사원과 검찰이 나섰는데 ‘관할권’이 없는 금감원이 뒤늦게 뛰어들 필요가 있느냐는 식이다.

금감원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정치·경제·사회 등 총체적 비리로 번질가능성이 있는데 위임받은 검사권으로는 비리규명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농·수·축협 비리에는 금융감독기관의 책임이 적지 않다.위임받은검사권이라도 제대로 행사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재정경제부(옛 재무부와 재정경제원)는 단위조합에 대한 감독·검사권을 갖고 있음에도 92년 이후 한 차례도 행사하지 않았다.지난해 감독·검사권을 이관받은 신용관리기금(현 금융감독원)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지금이라도 농·수·축협 단위조합에 대한 감독·검사권을 행사해야 한다.관련법이 상충된다면 주무부처와 협의하고 중앙회에 대한 특별검사도 착수해야 한다.대출과정의 외압이나 청탁으로 인한 부실을 규명하는 데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금감원은 금융감독 전문기관이다.금감원은 편향되지 않은 정확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자칫 특정목적을 위해 부실이나 비리가 호도되거나 부풀려지는어리석음을 자초해서는 안된다.감사원이 단위조합에 은행의 자산 건전성 분류기준을 적용한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필요하다.신용협동조합의 규정을적용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금감원은 농·수·축협 비리와 관련된 자료를 숨겨서는 안된다.검사결과를비공개로 한다는 원칙은 현 상황에선 적절치 못하다.지금은 금감원이 지난해 10월 끝낸 농협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공개할 때이다.금감원이 한 모퉁이만 지키지 않기를 바란다./백문일 경제과학팀 기자mip@
1999-03-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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