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몰고온 鄭씨의 인생浮沈

태풍 몰고온 鄭씨의 인생浮沈

진경호 기자 기자
입력 1999-02-05 00:00
수정 1999-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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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泰守전한보그룹총회장이 또다시 태풍을 몰고 왔다.정경유착의 상징인 91년 수서비리는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위기로 치닫는 서곡이었고,그 중심에 鄭씨가 있었다.이후 鄭씨는 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 등 정·재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진앙지가 됐고,그가 일으킨 여진(餘震)은 이제 金泳三전대통령까지 흔들기 시작했다. 6급 세무공무원 출신으로 한때 한보그룹을 재계순위 18위까지 키운 鄭씨는‘로비의 귀재’ ‘통 큰 사업가’로 통해왔다.74년 한보상사를 설립하며 사업을 시작한 그는 주택업으로 발판을 마련한 뒤 한보철강으로 철강업에 뛰어들며 사세를 확장했다.한보의 고속성장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수서사건이 잠잠해진 93년부터다.그해 승보목재 한보관광 승보철강 승보엔지니어링 한보정보통신 상아제약을 잇따라 계열사로 편입했고,94년엔 한보상호신용금고를 차렸다.95년에는 한맥유니온에 이어 유원건설과 그 계열사 등 14개 회사를 인수,재계를 놀라게 했다. 이같은 사세 확장은 그러나 정상적인 기업경영이 아닌, 그의 로비력이발판이었다.5·6공을 거치면서 그는 정·관계의 핵심 실세들과 두터운 교분을 쌓았다.全斗煥·盧泰愚 두 전직대통령과 그의 친·인척,핵심 측근 대부분이 ‘鄭泰守커넥션’을 형성했다.물론 비자금으로 표현되는 검은돈이 이를 하나로 묶었다.한보철강을 중심으로 그동안 鄭씨가 조성한 비자금은 1조원이 넘을것으로 추산된다.한보철강 당진제철소 건설에서만 7,300여억원을 빼돌린 의혹도 나오고 있다.이 비자금이 정·관계로 흘러들어 정경유착의 거대한 부패구조를 형성한 셈이다. 金泳三정권에서도 그의 로비력은 위력을 이어갔다.洪仁吉전청와대총무수석과 국민회의 權魯甲전부총재 등 여야 실력자들이 대출 청탁 등에 휘말려 결국 지난 97년 구속되기에 이르렀다.92년 대선자금과 관련한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됐고,마침내 4일 국회 청문회장에서 그의 입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검은돈을 매개로 한 鄭씨와 정·관계의 결탁은 우리 경제를 총체적 부실로이끈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지난해 2월 검찰의 한보수사에서 드러난 한보그룹의 총대출액은 무려 5조원에이른다.정치권 실세와 은행장들이 鄭씨의 뇌물 공세에 휘말려 앞뒤 안가리고 한보에 돈을 대기에 바빴다.이는 결국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 전체의 부실로 이어졌고,우리 경제의 체질을 극도로취약하게 만들었다.그리고 이같은 경제체질의 약화가 기아자동차 부도로 촉발된 외환위기에 대응 불능상태를 가져온 것이다.

1999-02-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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