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현황표 시행 첫날‘부도’

부채현황표 시행 첫날‘부도’

박은호 기자 기자
입력 1999-02-02 00:00
수정 1999-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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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 당국과 은행권의 준비 소홀로 1일부터 시행한 ‘부채 현황표’ 제출 제도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빌릴 때 빚의 내역을 의무적으로 써내도록 했으나정작 시행 당사자인 은행들은 이날 부채현황표 양식조차 마련하지 않아 고객들이 헛걸음을 하는 등 대혼선을 빚었다. 감독당국과 은행권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도를 사전에 치밀한 준비와 홍보없이 은행 편의만을 위해 서둘러 시행,‘졸속행정’의 표본이라는 지적이다.▒사례 한빛은행 등 일부 은행을 뺀 대부분의 은행 일선 창구에는 이날 부채현황표 서류 자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기업은행 무교지점은 “본점에서 이번주 안에 현황표 양식을 보내올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제일은행 사당지점도 “1일부터 제도시행에 들어간다는 공문만 왔을 뿐”이라며 “본점에서는 발송했다고 하는데 언제 도착할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조흥·주택은행 등 나머지 대부분의 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필요하면 컴퓨터에서 양식을 빼내 쓰면 된다”거나 “샘플이하나 와 있으니 복사해서 써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문제점 은행들의 준비 소홀도 문제지만 부채현황표 작성 기준이 지나치게까다로워 가뜩이나 높은 은행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다. 개인의 빚 내역을 차입기관별로 금액과 자금용도,만기일,담보종류,만기상환 여부 등을 쓰도록 한 것은 필요이상으로 개인의 금융거래 내역을 노출시킨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더욱이 은행권에서 진위를 파악할 수 없는 사채 빚까지 부채현황표에 포함한 것은 사실상 은행의 ‘횡포’와 다름없는 처사로 지적되고 있다.▒전문가 의견 한국금융연구원 金東煥 박사는 “제도의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신용경색 현상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었던 것이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1999-02-0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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