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의 강도가 날로 낮아지는 분위기다.특위위원들의 열정과 집요함도 하루가 다르게 퇴색해 가는 모습이다. 더욱이 기아·한보 관련 비리정치인들의 사면·복권 방침이 전해지면서 ‘재를 뿌릴지 모를’ 예민한 질의는 기술적으로 피해가는 형국이다.자칫 여권 수뇌부의 ‘정계개편 구상’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몸사리기’가 역력했다. 이런 기류는 28일 ‘기아사태 청문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지난 3일간 보여줬던 특위의 열의와 긴장감도 현저히 떨어졌다.특위위원들은 질의 전부터“새로운 것이 나올 것도 없는데”라며 전의(戰意)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기아의 ‘1,000억원 비자금 조성의혹’과 이른바 ‘金善弘리스트’ 등 정치권을 뒤흔들 ‘대형뇌관’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듯했다. 특위 군기반장 격인 국민회의 李允洙의원도 金善弘전기아그룹회장을 상대로 비자금 규모와 정치자금 액수를 따졌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재판중인 까닭에 말할 수 없다” “아는 바 없다”는 金전회장의 ‘모범답안’을더는 추궁하지도 않았다. 지난주 기관 보고에서 맹위를 떨쳤던 ‘매서움’은오간데 없고 ‘송방망이’ 질의에 머물렀다. 국민회의 千正培의원은 속기록을 의식한 듯 기아 비자금 존재 여부를 지나가듯 언급하는 데 그쳤다.“모른다”는 답변에 “좋습니다”라는 반응이 전부였다.일부 위원들은 보도자료 내용인 金善弘리스트와 비자금 관련 질의를아예 건너뛰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여권의 청문회 성격 규정과 무관치 않다.현정권의 집권 2기출발을 위한 ‘통과의례’쯤으로 보는 시각이다.철저한 진실규명보다는 과거단절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분석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엄정한 진실규명 없이 구여권과 서둘러 화합을 추진할 경우 개혁대상을 개혁주체로 바꾸는 역사적 실수를 되풀이할 것”이라며 가감없는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1999-01-29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