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고 국민의 정부가 출범했지만 종철이가 그리던 세상은 아직오지 않았습니다.” 14일 오후 3시 서울대 인문대 ‘박종철 기념비’ 앞. 지난 87년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고문 끝에 숨진 朴鍾哲씨(당시 23세)의 12주기 추모식이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잿빛으로 흐린 날씨 속에 열린 추모식에는 아버지 朴正基씨(71)를 비롯,87년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李韓烈씨의 어머니 裵恩深씨(민족민주열사유가족협의회장),金勝勳신부(60·기념사업회장),白泰雄씨(36·전 서울대 총학생회장) 등 200여명의 추모객들이 참석했다. 아버지 朴씨는 추모제를 알리는 검정색 플래카드 사이로 아들의 흉상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글썽였다. “종철이가 떠난 지가 벌써 12년이 지났지만 당시 그 기막힌 심정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첫번째로 열린 추모제였지만 아쉬움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金신부는 “우리가 바라던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지만 역대 독재정권 아래서 자행된 의문사와 이들의명예회복 등의 조치는 아직도 취해지고 있지 않다”면서 “朴鍾哲열사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정은 아직도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특사로 풀려난 白씨는 “朴鍾哲열사는 ‘대학문화연구회’ 후배로 누구보다 열정적인 꿈을 가진 청년이었다”고 회상하고 “이제 독재정권의 암흑에서 벗어난 만큼 장기수 문제 등 우리의 인권상황과 의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40여분 남짓한 추모식이 끝나자 朴鍾哲씨를 위한 추모곡 ‘그날이 오면’이 쓸쓸한 기념비 사이로 메아리쳤다.
1999-01-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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