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학문 득세… 인문학 설땅 없다”

“응용학문 득세… 인문학 설땅 없다”

임태순 기자 기자
입력 1998-11-02 00:00
수정 1998-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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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박영근 교수 ‘대학교육 개혁의 현황과 문제점’서 지적/수요자 중심 시장 논리 우려

얼마전 프랑스에서는 고교생들이 교사확충 등 교육개혁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선진국에서는 이미 대학교육을 정비하고 고등학교로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이에 반해 현재 한국의 대학은 위기상황이다.

기초학문은 위축되고 응용학문이 득세하고 있다.물리학 수학 화학 등은 의학 공학 약학 등에 자리를 내주고 문학 역사 철학 등은 법학 경영학 신문방송학 등에 밀린다.대학은 거대한 독서실이자 학원이고 사법·행정·언론고시의 자습장으로 둔갑한지 오래다.

대학의 위기를 맞아 인문학 교수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대 박영근 교수는 최근 중앙대에서 전국대학 인문학연구소협의회 주최로 열린 심포지움에서 ‘대학교육 개혁의 현황과 문제점’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선진국은 삶의 질을 고양하려고 기초학문을 강화,기초와 기본을 다지고 있지만 우리는 수요자 중심의 시장논리를 내세워 인문학을 고사시킨다”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대학이 위기에 빠진 것은 대학평가제와 학부제 때문이다.수천의 대학이 광활한 지역에 널려 있는 미국은 대학에 대한 실속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땅덩어리가 좁은 우리나라는 대학의 내용이 대부분 알려진데다 서열화해 평가제도의 의미는 크게 줄어든다.

평가제도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시방편적인 교원확충과 연구비 늘이기 등 전시적이고 졸속처리하는 학사행정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또 차등지원으로 인해 대학의 빈익빈 부익 현상도 야기된다.

최소 전공 학점 인정제,복수 전공과 전과 허용,학과의 무차별한 통폐합,입시 모집단위의 광역화,학부제 도입 등은 여러가지 폐해를 낳았다.기초학문의 기반 붕괴,인기학과에의 편중,대규모 강의에서 비롯된 강의수준 하락,소속학과의 부재에 따른 공동체의식 결여,학력저하 등이 그 예다.

대학교육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서 학생들에게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얼핏 타당하게 보이지만,대학을 지식공장과 지식시장으로 전락시키는 얕은 교육관에 다름아니다.교육의 핵심주체는 교수이고 대학은 학원이 아니다.

맥도널드 체인점처럼 학생들이 좋아하는 피자와 햄버거만으로 식단을 짜서는 안된다.성장에 필요한 기초음식을 골고루 차려주어야 한다.

21세기에는 창의력과 문화감각이 뛰어나 독창성을 갖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그 바탕은 인문주의 교육과 기초학문이다.

위기에 처한 대학이 살아나기 위해선 교육부에 대한 대수술,사학재단의 구조조정,대학에의 자율권 부여가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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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 업무는 지방교육청으로 과감하게 이양하고 대학청 또는 대학위원회를 만들어 대학을 교육부로부터 분리해야 한다.<任泰淳 기자 stslilm@seoul.co.kr>
1998-11-0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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