敵의 총격을 부탁하는 세력(사설)

敵의 총격을 부탁하는 세력(사설)

입력 1998-10-02 00:00
수정 1998-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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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대선 직전에 한나라당 李會昌 후보의 비선(秘線)조직이 북한군에게 판문점에서 총격을 가해오도록 요청했다는 검찰 수사발표와 “이 사건은 당시 청와대 비서실 일부와 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의 측근들이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고위 사정당국의 확인내용은 일각을 다투어 적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 아들딸들의 등에 비수를 꽂는 천인공노할 범죄행위다.여전히 대남적화 야욕에 혈안이 되어 있는 북한군에게 총격전을 해오도록 요청했다는 것은 과연 이들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닌 우리 국민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검찰은 96년 4·11총선 직전 북한군이 판문점으로 무장병력을 대거 이동시킨 것도 선거판세에 영향을 주기 위한 당시 여권의 공작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굳이 이를 따지지 않더라도 선거때마다 吳益濟 편지사건,尹泓俊 기자회견 등 북풍조작으로 북의 안보위협을 걱정하는 국민의 보수심리를 자극해 선거국면을 집권세력에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갔던 것을 기억한다.이들 세력은 계속해서 정권을 유지할 것으로 자만하며 불법을 저질러왔다.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에 힘입어 金大中정부가 들어섰기에 망정이지 만에 하나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런 죄악들이 계속 묻히며 또 저질러졌을 것이다.

북측과의 상호 의존적 적대관계,나아가 적과의 내통관계는 결국 부패권력을 구조화했다.부패권력은 이를 온존시키기 위해서뿐 아니라 자신들의 비리와 치부를 감추기 위해 계속 국민을 속이는 파렴치를 범했다.이들은 정권을 재탄생시킨 전리품으로 인사독점은 물론 이권 챙기기에 혈안이 되었다.이러한 불법이 반세기 가까이 자행되면서 부패커넥션에 의한 병든 기득권 세력이 양산돼 오늘의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불러왔고,국민에게는 무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그런데도 반성은 커녕 그간 누적된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국민정부의 개혁과 사정작업에 도처에 덫을 놓고 방해를 하고 있다.

이번 판문점 총격 유도사건은 민족정기와 오도된 가치관을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한나라당은 벌써부터 李會昌 죽이기라느니 모함이라느니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는 결코 정쟁 사안이 아니다.판문점 총격유도 사건은 얼마전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의원 비리 수사와는 근본적으로 질이 다르다.국가의 정체성을 유린한 ‘적과의 내통’을 흐지부지했다가는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없다.검찰은 배후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위법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그것만이 그같은 죄악이 두번 다시 나오지 않는 방책이 되며,후진 정치문화의 모순과 폐단을 척결하는 길이 될 것이다.

1998-10-0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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