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日語 사용/홍명호 고려대 가정의학과 교수(굄돌)

무분별한 日語 사용/홍명호 고려대 가정의학과 교수(굄돌)

홍명호 기자 기자
입력 1998-06-18 00:00
수정 1998-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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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호르몬’이라는 새로운 말이 신문에 등장했다.‘폴리프로필렌이나 폴리스틸렌 같은 컵라면 용기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공해물질이 남성의 정자수를 줄인다’‘미국에서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이 태어난다’‘물고기 등에서는 수컷이 암컷으로 변한다’등등의 변화를 초래했는데 이것들이 ‘환경호르몬’탓이라는 것이다.

호르몬이란 신체의 내분비샘이나 장기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로서 몸 안의 다른 부위에 있는 세포군이나 장기의 활동을 시작하게도 하고 조절도 하는 물질을 말한다.생성된 호르몬은 혈액을 통하여 장기로 전달되며 시상하부­뇌하수체­내분비샘을 한 축으로 하여 생체 내의 정보를 옮긴다.어느 한군데가 지나치면 견제하고 모자라면 촉진하는 되먹임으로 상호조절되는 특성이 있어 생체의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여 생명을 지키는 데 기여한다.

1900년대초에 나온 호르몬이라는 말이 1900년대가 가기 전에 생체 내부에서부터 갑자기 세상으로 튀어나와 ‘환경 호르몬’이라는 끔찍한 모습으로 변형된 것이다.

생명을 유지하려고 생체에서 생긴 것도 아니요,스스로 많고적음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에 해를 끼치고 되먹임의 조정도 없는 일방적인 공해물질의 독소를 ‘환경 호르몬’이라고 쓰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일본일 것이다.

종전에도 ‘성인병’‘과로사’등 일본에서 생산된 의학용어들을 거리낌없이 들여와서 무분별하게 쓰고 있다.성인병이라는 말은 ‘성인병 검진’‘성인병협회’로 쓰이고 심지어는 ‘어린이 성인병’이라는 기묘한 말까지 사용한다.법원에서조차도 ‘과로사’라는 표현을 쓰는 모양이다.

‘환경 호르몬’이라는 것은 내분비를 교란시키고,부정확한 말은 우리의 무엇을 교란시킬까?일본은 새로운 말을 잘도 만들어낸다.
1998-06-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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