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빚 해결사’가 나왔다는데(박갑천 칼럼)

‘합법적 빚 해결사’가 나왔다는데(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8-05-23 00:00
수정 1998-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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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유대인조크’가 있다.­채권자가 채무자를 다그친다. “빌려준 1천프랑 언제 갚을거요” “갚아야죠.한데 나는 채권자를 세유형으로 구분하고 있어요”.그러면서 너스레를 떤다.

“첫째 유형은 어떻게든 꼭 갚아야할 사람,둘째유형은 내가 갚을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셋째 유형은 떼어먹어도 시끄럽게 굴지않을 사람이지요”“그렇다면 나는 어느 유형인가요”“지금은 첫째 유형이지요.하지만 너무 시끄럽게 굴면 셋째로 되고 한번 그렇게되면 다시는 둘째나 첫째로 되지 못할 것입니다”

이건 채무자가 아니라 숫제 협박공갈쟁이다.본디 돈빌려쓴 빚꾸러기는 빚쟁이 앞에서 고양이앞의 쥐같은 존재 아니던가.한데 누가 강자고 누가 약자인지 알 수 없게 하는 말본새.옛날 田子方이 위문후(魏文侯)의 태자 擊에게 했던 말을 생각하게도 한다.“부귀한 사람이 교만하냐,가난하고 천한사람이 교만하냐”는 격의 물음에 주저없이“그야 가난하고 천한 사람이 교만하죠”했더라는 전자방.<사기>(魏世家) 등에 나와있는 고사다.그 말에 빗대보자면“과연 빚쟁이가 교만하냐,빚꾸러기가 교만하냐”

전자방은 공자의 제자 子夏에게서 글을 배운 사람으로 위문후의 스승겸 친구였다.어느날 태자 격의 행렬이 점령지로 가는길에 전자방의 수레와 마주친다.태자는 존경의 뜻으로 수레에서 내렸건만 전자방은 그대로 지나쳤다.너무 뒤넘스럽다고 느낀 태자가 전자방의 수레를 멈춘다음 나눈 말이 앞서와 같은것.태자에게 한수 가르치기 위한‘무례’였다.

‘빚진죄인’아닌‘빚준죄인’의 경우가 얼마든지 있는것이 세상사.요즘 거꾸러지는 기업에도 그런 사례가 적지않다.갚을건 갚았는데 메뜨고 물쩡해서 받을건 못받은 선량한 채권자들.채무자도 본의아니게 못갚는 경우와 계획적으로 갚지않는 경우로 나누인다.‘세유형론’을편 유대인은 그 가살떠는 품으로 보아 아무래도 후자아닐까 싶어진다.

그동안 우리사회에는 남의 빚 받아내주는‘해결사’라는게 있었다.그러나 순리아닌 폭력이 방법이었기에 사회적 폐해가 컸다.합법적으로 빚을 받아내주는 채권추심회사 탄생은 그점에서 기대를 모으게한다.하지만 그들이라해서 백% 받아낼수야 있겠는가.하루 3천명씩 생겨난다는 신용불량자 유형은 복잡다단할 것이니 말이다.그래도 가살빼는 채무자한테 골탕먹는 채권자는 그‘힘’이라도 믿어봐야 할듯싶다.<칼럼니스트>
1998-05-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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