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을 읽자/이세기 사빈 논설위원(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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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기 기자 기자
입력 1998-04-01 00:00
수정 1998-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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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기쁘거나 슬플때 우리를 도와주는 마음의 양식이다. 마음이 가파르고 비천하면 책을 멀리한 자에 틀림없다고 단정해도 무방하다. 갑자기 튀어 나오는 말속에 그 사람의 인품과 지성이 숨겨져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세설신어(世說新語)’는 “사흘 독서를 하지 않으면 말씨에 아치(雅致)가 없어진다”고 했다. ‘고문진보(古文眞寶)’도 “가난한 자는 책으로 인해 부자가 되고 부자는 책으로 말미암아 존귀(尊貴)해진다”고 전한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독서의 계절을 따로 정하지 않아도 사계절을 두루 독서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대형서점에 가보면 성수기와 관련없이 국민의 태반이 책을 읽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한국출판연구소가 실시한 ‘제5회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한해에 읽는 책은 평균 9.5권, 한달에 한권도 못미치는 것으로 일본인의 연간 평균 19.2권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그대신 평일 TV시청률은 134분, 독서시간 40분에 비하면 3배 이상이 넘는다. 5년전 독서실태조사때보다 우리사회가 점점 더 정신적으로 피폐화·궁핍화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는 1년내내 독서와 관련된 행사가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인쇄술이 발명된 것을 기념하는 ‘인쇄주간’에서 ‘시(詩)의 달’과 작가 비평가 철학자 역사가의 날들이 있고 ‘사전(辭典)의 날’이니 ‘출판인의 날’‘도서관원의 날’도 있다. 4월2일인 내일은 덴마크의 동화작가이며 시인인 안데르센(1805∼75)의 생일을 기념하는 ‘국제어린이 도서의 날’이다. 독서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스포츠가 육체에 미치는 영향보다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출판의 위기가 운위되는 지금이야말로 캠페인성 대책이 아닌, 독서문화를 끌어올릴 다양한 방안들이 모색돼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 책속에서 참다운 행복과 마음의 부(富), 정신의 양식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독서열기를 고취시켜 줘야 한다. 아무리 어렵고 가난해도 책을 읽으면 책속에 ‘기쁨과 슬픔’을 순화시키는 영양소가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상춘(賞春)시즌이다. 밖에서 어수선하게 지내지 말고 안에서 정신을 풍요롭게 살찌울 때다.

1998-04-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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