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조실 정리해야(사설)

재벌기조실 정리해야(사설)

입력 1998-02-10 00:00
수정 1998-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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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그룹의 기획조정실(또는 회장실) 해체문제를 놓고 재벌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30대그룹은 9일 비상경제대책위와 회동에서도 당분간 기조실 존속을 주장했다.재벌개혁을 추진하는 중심이 기조실이고 지주회사 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폐지불가 이유다.

차기정부가 기조실해체를 요구하는 목적은 투명한 경영과 책임경영에 있다.법적으로는 아무런 근거도 없으면서 신규사업이나 인력·자금 등 핵심업무를 총괄해온 것이 기조실이고 이 과정에서 경영의 투명성이나 전문경영은 부지할 수 없게 되어있다.재벌총수의 사조직화가 되어있는 관계로 그룹 경영이 경제논리보다는 총수의 사적이해에 충실했고 그것들의 적폐가 오늘의 위기로 연결되어 온 것으로 본다.

정부가 재벌개혁을 주문하고 있는 것은 재벌총수의 전횡에서 오는 비효율을 제거하고 업종 전문화로 국제경쟁력을 갖춘 세계 초일류의 대기업이 되라는 것이다.한국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이 부정적인 것도 경영에 비전문적인 요소가 개입하고 투명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재계가 기조실 해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과거식의 지배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밖에 달리 해석할 수가 없다.기조실이 없으면 결합재무제표 작성이나 상호지급보증 같은 재벌개혁의 핵심과제를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는 재계의 반대이유가 사실이라면 재벌은 기조실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허상을 쌓아온 셈이다.

재계가 재벌개혁에 내심 반발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가 그들이 주장하는 표면적인 것이 아니라 행여 이 나라에서 감히 재벌에 손을 댈 수가 있겠느냐는 오만함에 있지않기를 바란다.재벌개혁은 사실 회사 몇개를 통폐합하고 인력을 조정하는 따위에 그 본질이 있는 것은 아니다.의식의 개혁이고 소프트웨어의 개혁이라야 진정한 개혁이다.재벌은 하나같이 미래지향,선진경영추구를 외쳐왔지만 사실 그처럼 되었는가를 재벌 스스로 되돌아 볼일이다.그런 의식구조의 개혁이 기조실 해체에서 시작되기를 바란다.

1998-02-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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