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사람들의 도리(사설)

가진 사람들의 도리(사설)

입력 1998-02-03 00:00
수정 1998-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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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이 밀수 골프채,카메라,장신구등 4천여만원어치를 사들인 사람에게 징역8월 집행유예 2년에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하는 비교적 엄한 판결을 내렸다.판결문은 “재력있는 사람들이 밀수품을 구입하려는 적극적 의사를 보이기 때문에 밀수가 끊이지 않아 처벌효과를 높이려 사회봉사명령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단순 관세법위반 사범이 아니라 온 국민이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속에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지탄받을 짓을 한 부유층을 응징하는 의미가 담긴 판결로 보인다.

경제위기속에 국민 대다수가 보여준 자세는 국제적으로도 평가받을 만큼 헌신적이고 성숙한 것이었다.1월말 1차 마감한 ‘금 모으기 캠페인’에는 무려 1백70여만명이 동참,1인당 19돈쭝을 내놓아 13억 달러 상당의 금이 수집되는 성과를 올렸다.장롱속 달러 모으기도 성공적이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지난해에 비해 8% 늘어난 1백17억원이 거둬졌다.특히 기업들의 성금이 줄어 일반 국민의 성금만 보면 28.3%가 늘어난 액수다.가슴 뿌듯한 일이다.

그러나 극소수겠지만 ‘재력있는 사람’들이 이런 흐뭇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 빈축을 사고있다.분유에서부터 밀가루 설탕 커피 석유등 생필품 사재기에 열을 올리지 않나,심지어 금가루 커피에 금가루 케이크를 즐기는 한심한 작태까지 보도되고 있다.정부가 매점매석 단속에 나서고 불로소득 호화사치생활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섰다.이런일에 당국이 나서야 하다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나라가 전쟁이나 위기에 처했을때 가진 계층,지도층에게 앞장서야할 의무가 있음을 뜻한다.그러나 금이나 달러 모으기에도 몇몇 지도층과 서민들이 앞장섰지 부유층의 금괴나 뭉치 달러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쇠귀에 경읽기가 될지 모르나 지켜야할 가진것이 더 많은 사람들이 위기극복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모든것을 잃게되는 사태가 올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998-02-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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