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의 나라망신/강석진 도쿄 특파원(오늘의 눈)

환경단체의 나라망신/강석진 도쿄 특파원(오늘의 눈)

강석진 기자 기자
입력 1997-12-06 00:00
수정 1997-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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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방지 교토회의가 열리는 일본의 천년 고도 교토에서는 각국이 자국의 이익과 지구 환경 보호 사이에 절충점을 찾기 위해 연일 머리를 맞대고 있다.각국에서 몰려든 환경단체들도 호기를 맞아 열심히 활동중이다.며칠전에는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의 호주대표가 자국이 내놓은 제안이 창피하다면서 기자회견에 시멘트 봉투 색깔의 봉투를 뒤집어 쓰고 나와 기자회견,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5일 아침 한 일본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면서 기자가 봉투를 뒤집어쓰고 싶은 생각이 들고 말았다.

사진에는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아시아인들이 한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현상수배,기후변화 진짜 주범 다국적기업’ 등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한국의 환경단체를 포함한) 10개국의 환경단체 활동가 40여명이 4일 교토시 기타구의 주유소를 봉쇄하고 있는 장면이다.이유는 ‘석유자본이 로비활동으로 교토회의의 교섭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 메이저 경영진에 압력을 가하고 싶었다’는 것으로 봉쇄는 30여분 지속됐다.주인의 신고로 경찰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종업원은 ‘일을 못하게 하다니…’라면서 분한 표정을 감추지않고 있다.

한국의 환경단체들은 교토회의가 개막되던 지난 1일 회의장에 들어가는 각국 대표들에게 국내 화력발전소와 제철소의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한글과 영어,일본어로 된 전단을 나눠주었다.그 가운데는 정부는 각성하라는 말도 있었다.전세계 환경단체 가운데 회의장 앞에서 자국 정부를 비난하고,국내 문제를 다른 나라 대표들에게 어필하는 환경단체는 적어도 그날 하오까지는 한국의 환경단체 뿐이었다.우리나라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듯 보였다는게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의 소감이었고 우리나라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환경단체는 어사또가 아니다.환경보호 슬로건이 마패가 아니다.나라는 외환위기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 비싼 외화 낭비하지 말고 국내 문제는 국내에서 싸우는게 바람직하지 않은지.또 싸워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 상대와 싸우는게 좋겠다.요즘 일본의 주유소들은 경영난에 허덕이는 곳이 많다.무엇이 절도 있고호소력있는 행동일까.생업에 종사하는 사람 괴롭히면서 힘을 과시하는 것이 그런 행동은 아닐 것이다.

1997-12-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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