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 인연/임정규 한국수자원공사 사장(굄돌)

이름의 인연/임정규 한국수자원공사 사장(굄돌)

임정규 기자 기자
입력 1997-10-06 00:00
수정 1997-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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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이름 가운데는 장래의 소망을 담고 있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온갖 복을 누리라는 만복이라든지 오래 살라는 장수따위가 그것이다.하지만 그건 역시 소망일뿐 그 이름의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이름뜻대로 산다고 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이 소망을 담지는 않았다 해도 더러는 그 사람의 운명과 맞아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이름도 세상에는 있을 수가 있다.더구나 한자로 지어진 이름의 경우는 그러한 해석의 여지가 많아진다.한자는 뜻글자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옛사람들은 남의 이름을 놓고 그 이름이 이러한 글자였기에 그 사람 신세가 이렇게 되었노라면서 입방아에 올리기도 했다.

가령 조선 중기의 문신 김홍도의 아명인 ‘귀갑’에 대해서 하는 얘기들(김시양의 ‘자해필담’등)을 보자.그의 아버지 꿈에 선인이 나타나 그렇게 지어주라 해서 따랐던 것인데 그는 자라서 과거에 장원급제한다.그러자 ‘귀갑’은 “갑으로 돌아간다”는 뜻이고 ‘갑’은 십간의 으뜸이므로 그 이름이 맞아 떨어진 거라고들 했다.그런데 그는 나중에 갑산으로 귀양가서 죽는다.그러니까 이번에는 이름 그대로 “갑산에서 돌아갔다”고 수군거리고 있다.남의 얘기 하기 좋아하는 견강부회였다고 하겠는데 이런 해석이 가능한 이름은 현대인 가운데도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 예를 일일이 들 겨를은 없지만 내 이름 ‘임정규’의 경우도 수자원공사와 인연이 있다는 점에서 생각할 때 ‘기묘한 우연’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성인 ‘수풀 림’자와 우리 나주 임씨의 항렬인 ‘쌍토 규’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지녀야 하게 되어 있는 ‘운명의 글자’였다고 치자.한데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가운데 글자까지 ‘우물 정’자이니 희한하다고 아니할 수가 없다.“나무 우거진 숲속에 흙으로 담을 쌓아올려 큰 우물 만들 사람”이고 큰 일에 관여할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아니한가.

이 말을 남들은 객담이라 할지 몰라도 나로서는 한자리 얘깃거리로 넘겨 버릴수만은 없다.깨끗한 물을 넉넉하게 고루고루 공급해야할 책무의 막중함을 이름과 관련지어 되새겨보게 하기 때문이다.

1997-10-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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