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만이 능사아니다(우홍제 칼럼)

정부 지원만이 능사아니다(우홍제 칼럼)

우홍제 기자 기자
입력 1997-08-22 00:00
수정 1997-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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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그룹들이 모두들 열을 내어 몸부풀리기를 해온 까닭은 여러가지로 설명될 수 있지만 그중 중요한 한가지로 기업규모가 ‘크면 클수록 망하지 않게끔 정부가 도와준다는 사리실을 꼽을수 있다.

때문에 ‘크면 망하지 않는다(Too big to fail)’는 고정관념이 매우 뿌리깊게 내려진 것으로 볼수 있다.실제로 과거 정부는 대기업 그룹의 경영상태가 위기에 놓일 것 같으면 실업사태의 사회문제와 정권유지에 미칠 악영향 등을 심각하게 고려해서 거의 서슴지 않고 구제금융을 베풀었다.

이러한 정부 대응자체는 60년대초 시작된 고속성장 지상의 경제개발시기엔 그런대로 필요성과 당위성을 인정받을수 있었다.

당시엔 적어도 상위 랭킹의 재벌그룹이 정치적 이유아닌 경영부실자체만으로 부도가 난다는 것은 생각키 어려웠다.따라서 재벌들은 마음놓고 과다한 금융기관 차입으로 외형늘리기에 바빴고 문어발 백화점식 기업구조를 갖추게 된 것이다.‘감히 나를 어떻게 하랴’는 식의 배짱경영이 관행화 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한보사태에서 보듯 은행빚을 포함한 그룹자금운용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보호는 한계를 드러낼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우리경제 전체의 볼륨이 엄청나게 확장된데다 세계무역기구(WTO)규정에 의한 규제가능성에 따라 정부가 위기에 처한 대기업그룹을 모두 챙겨주기엔 힘이 부치게 됐다.

○‘감히 나를…’ 배짱경영 관행

금융기관부실에 대한 정부지원도 숙고대상이다.

물론 당장 눈앞에서 원화의 대미 달러환율과 금리가 동반해서 급상승하고 국내은행의 대외신용도가 떨어져서 해외채권 발행이나 차입이 어려운 외환위기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정부로선 무한책임의 자세로 발등의 불을 꺼야 한다.각 금융기관 가운데 특히 은행은 국가경제의 대표성이 가장 강하므로 신용도 급락은 회복키 어려운 마이너스파장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대기업·은행 인식 전환을

대기업도산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제일은행에 대한 특융조치나 종합금융회사 외화지원 등은 비상국면의 응급대책으로 마땅히 동원돼야 할 정책수단이다.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해외자본 도입등의 방식으로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환율급등과 외환부족현상을 해소,자금시장의 불안심리를 가라앉히고 국내은행들이 국제신용평가기관들로부터 열악한 등급판정을 받지 않게 한 것도 비록 뒤늦었다는 비판이 있지만 바른 정책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그룹과 마찬가지로 은행들도 이제는 정부지원과 관련,과감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은행을 망하게 놔 두겠느냐”는 위기 불감증에서 하루빨리 깨어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일본이나 유럽연합(EU) 각국에선 국경없는 은행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금융빅뱅(Big Bang)의 급진적 개혁을 서두르며 선물환거래를 비롯한 각종 파생금융상품을 개발하는등 경쟁력강화를 꾀하고 있다.또 미국은 우리 국내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금융시장개방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권 경쟁력 강화 시급

때문에 금융산업도 실물부문과 마찬가지로 세계화 개방화의 거센 물결이 몰아치는 와중에서 정부 보호에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그리고 기업과 은행은 동전의 양면처럼 끊을수 없는 함수관계를 지니는 만큼 모두가 철저한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한쪽의 부실이 다른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존의 결의를 다져야 한다.정부지원으로 모든 어려움이 해결되던 시절은 지난 것이다.<논설위원 실장>
1997-08-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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