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괌추락 참사­사고 원인

KAL기 괌추락 참사­사고 원인

입력 1997-08-07 00:00
수정 1997-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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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유도장치 고장에 악천후 겹쳐/조종사 운행미숙·판단착오 가능성/엔진이상 등 기체결함도 배제못해

6일 발생한 대한항공 801편 여객기 추락사고의 원인은 크게 ▲괌공항의 착륙안내장치인 활공각 지시기(글라이드 슬로프) 고장과 악천후 ▲조종사의 판단미숙 ▲기체결함 등으로 나눌수 있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의 정황증거로 볼 때 사고 당시 괌 공항의 활공각 지시기(글라이드 슬로프) 고장에 ‘양동이로 퍼붓듯이 비가 쏟아졌다’는 악천후가 겹치면서 일어났다는 분석이 가장 유력하다.

대한항공측은 이날 사고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사고 당시 괌공항의 자동착륙기기가 고장났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미국 연방항공국(FAA)도 사고 직후 ‘괌공항의 글라이드 슬로프가 한달 전부터 고장나 현재 수리중’이라고 말해 괌공항의 계기고장에 사고원인의 비중을 두었다.

그러나 항공 관제탑과 사고항공기의 마지막 교신내용과 생존자 홍현성(35.재미교포)씨의 증언은 사뭇 다르다.관제탑 관계자와 홍씨에 따르면 사고기는 착륙을 위한 활강각도를 육안으로 확인할만한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지 못한채 조종사가 랜딩기어를 작동,무리한 착륙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사고 항공기의 기장인 박용철씨는 사고 10여분 전 ‘착륙할 수 있겠느냐’는 관제탑 관계자의 물음에 ‘걱정말라’고 응답했으나 마지막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말로 교신이 끊어졌다.기장 박씨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생존자 홍씨도 “랜딩기어가 언덕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면서 곧장 비행기가 충돌과 함께 곤두박질쳤다“고 증언했다.조종사의 운행미숙 또는 판단착오를 알리는 대목이다.

한국항공대 항공운항과 김칠영 교수는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육안으로 착륙을 시도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야선을 미쳐 피하지 못하고 기체 앞부분부터 부딪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건교부 통신전자과 박근해과장도 “글라이드 슬로프가 고장나면 조종사는 계기를 보면서 로컬라이저의 지시에 따라 육안으로 상하 좌우 진입각도를 확인 하며 착륙해야 한다”면서 “이때 평상시보다 2∼4배 정도 긴 1.6∼3.2㎞의 시정거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사고지점에서 활주로까지의 비행시간은 45초∼1분 정도에 불과하다.

이밖에 사고 당시 항공기의 고도가 정상적인 상황보다 훨씬 낮았는 데다,항로에서 20% 가량 벗어난 점 등으로 미루어볼때 기체결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물론 사고기 제작사인 미국의 보잉사는 기체결함 가능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어쨌든 정확한 사고원인은 현장에서 회수된 블랙박스의 해독이 완전히 이뤄진 후에야 밝혀질 것 같다.블랙박스에 수록된 음성정보기록(VDR)과 디지털 비행기록(FDR) 가운데 VDR은 내일쯤,FDR은 짧게는 2주일에서 길게는 한달 가량 지나야 정확하게 해독된다.
1997-08-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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