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직선기선’ 영해 주장은 무리/박춘호 고려대 교수(특별기고)

일 ‘직선기선’ 영해 주장은 무리/박춘호 고려대 교수(특별기고)

박춘호 기자 기자
입력 1997-07-14 00:00
수정 1997-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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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사전 협의했어야… 합리적 해결 기대

1956년 5월에 중국공산당은 백화제방·백가쟁명의 표어를 내걸고 학술·문예등 모든 분야의 자유로운 논의를 권장했다.이때 순진하게 마구 떠든 자들은 마침내 철퇴를 맞았다.그후 이 표어는 다른 뜻으로도 흔히 쓰이게 되었다.

요즘 한·일간의 어업분쟁을 보고 있으면 다시 한번 한·일 문제의 백가쟁명시대를 맞은 느낌이다.물론 화살은 모두 일본을 향한 것이지만 여러가지 논의가 비약적으로 전개되는 형상을 보는 사람들의 입장은 마치 냉탕·온탕을 한꺼번에 둘러쓰고 있는 느낌이다.

한·일간의 어업분쟁은 뿌리가 깊다.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마찰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5세기 초부터였다.근래에는 1952년 1월에 한국이 평화선을 선포했을때 시작하여 1965년의 국교정상화 때까지의 14년간의 심각한 분쟁이 있었고,지난 6월부터 시작한 일본의 한국어선 나포에서 비롯한 현안문제가 있다.이 어업분쟁은 동해 서해 남해에 잡을 고기들이 있는 한 계속될 것이다.혹은 한·일 양국이나 어느한쪽이 생선을 안먹기로 한다면 분쟁도 끝날 것이나 이것은 있을수 없는 현상에 대한 공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경우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금년 1월1일부터 일본이 소위 직선기선을 그어서 영해를 넓힌 데 있다.영해에 대한 연안국의 권리는 모든 해양관할권의 기본이 된다.일본은 1977년에 영해법을 시행할 때 직선기선제도는 쓰지 않았다.해안선의 굴곡이 심하고 연안에 여러 섬을 가진 나라로서 약간 의외적인 것이었다.

○65년 협정 아직 유효

일본이 금년부터 직선기선을 그어 자국의 영해를 넓힌 것은 어느 연안국이나 할 수 있는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서로 해안을 마주보고 있는 한국과는 1965년의 어업협정이 있고 그 협정에는 어느 쪽이든 자국의 어업전관수역을 획정할 때 직선기선을 긋게 되면 상대방하고 협의하게 되어 있다.그래서 한국은 1965년에 일본과 협의했던 것이다.

영해를 위한 직선기선은 어업을 위한 경우와는 별개라는 것이 일본의 주장같다.그러나 한일어업협정은 엄연히 살아 있다.게다가 일본이 자국 연안에 많이 그어 놓은 직선기선의 몇군데는 해양법상 무리한 점이 있다.고양이 낯바닥만한 바다조각을 몇군데 더 확보하는 것이 수천년,그리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불가불 숙명적으로 관계를 가져야 할 이웃하고 두고 두고 속상하는 것이 그래도 나았다는 셈인지 알 수 없다.

이 문제는 이제 국제법적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 측면까지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말았다.국제법의 용어를 빌려 겉으로는 점잖은 법률논쟁같이 보이나 사실은 다시 감정싸움의 조짐이다.그래서 법이론만으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감정이 앞문에 나타나면 법은 뒷문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왕 법이론의 논쟁을 하겠으면 먼저 사실관계와 현행 국제법제도의 좀 더 정확한 파악이 앞서야 할 것이다.내용이 미비하거나 정확하지 않아도 일단 큰 목소리로 고함을 쳐놓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그럴테면 법은 거두고 해야 한다.

○감정 대결 양상 지양

그리고 한일어업분쟁의 역사적 배경과 양국관계의 종합적인 고려도 필요하다.21세기니 태평양시대를 구가하는 큰 이웃끼리 온 동네사람들 앞에서 생선꼬리싸움이나 하는 것은 고양이들이나 하는 짓이다.저 수평선 너머 끝없이 넓고 깊은 바다의 부름을 두고 썩은 물이 흐르는 골목 도랑에서 몇마리 피라미 새끼를 서로 잡으려는 옹졸한 싸움은 이제 그만하라.

게다가 한·일간의 어업문제는 두나라끼리의 문제외에 남북한,중국 그리고 나아가서는 바다의 자원을 노린 세계 모든 나라들의 문제로 연결된다.

필자는 어려서 생선비린내 나는 평화선 분쟁을 두눈으로 보았다.아무쪼록 이번의 사태가 어른스럽게 수습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국제법>
1997-07-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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