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해법 두가지/황성돈 외국어대 교수·정치학(서울광장)

규제개혁 해법 두가지/황성돈 외국어대 교수·정치학(서울광장)

황성돈 기자 기자
입력 1997-07-05 00:00
수정 1997-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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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나쁘다고 모두가 야단이다.여기에 정권말기적 상황속에 발생한 한보사태에다 대선정국까지 겹치면서 사회 전체가 구심점없이 아우성치고 있는 모습이다.이러한 때 고건 국무총리의 등장과 함께 ‘구제혁파’가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가 되고 있는 것은 대단히 환영할만한 일이다.그러나 여기서 규제개혁을 추진코자 하는 정부내 핵심 브레인들이 반드시 짚어야 할 사항이 있다.이번에 고총리가 내심 독한 마음을 먹고 추진해보고자 하는 규제개혁 작업은 과거의 규제개혁작업과는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실로 많은 규제개혁기구들의 활동이 있었다.멀리는 5공때의 성장발전저해요인개선위원회(81.5),경제법령정비실무위원회(85.5),경제법령민간협의회(85.6),행정개혁위원회(85.5)를 비롯하여,6공때의 행정규제완화위원회(90),행정규제완화민간자문위원회(91.9),그리고 문민정부에 들어와서 설치된 경제행정규제완화위원회(93.8),행정규제합동심의회(94.1),행정규제완화특별점검단(94.1)…여기에 줄잡아 2천명 이상의 민관 인력이 동원되었고,이 기구들에 부여된 관격(관격)또한 한결같이 고품격이었다.대통령기구3,국무총리기구3,장관기구4.이쯤이면 우리나라도 이제 규제대국이 아니라 규제개혁대국(규제개혁대국)으로 불릴 때도 되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질 못하다는데 우리의 부끄러움이 있다.

○무수한 시도 뿌리 못내려

왜 이렇게 되었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규제의 원천을 방치 내지 강화시켜 놓고 규제개혁을 추진코자 했기 때문이다.시장중심체제로 가기 위한 규제개혁을 하고자 했으면 과거 정부주도체제의 본산이었던 경제기획원을 없애는 것이 규제개혁의 첫 수순이었어야 했다.그러나 지난번 정부조직개편때 경제기획원을 언필칭 ‘덩어리 규제’의 본산인 재무부와 통합시킴으로써 예산이라는 막강한 권력기반까지 갖춘 난공불락의 규제요새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규제개혁은 힘이 있어야 할 수 있다.그런데 규제개혁 주체가 가지고 있어야 할 그 힘의 근원인 예산권이 피규제자에게 가있는 형국이 되어버린 것이다.여기에 청와대 경제수석실마저 재경원을 비롯한 경제부처 대표선수들로 채워져 운영됨으로써 경제분야 규제개혁은 대통령을 제외한 정부내 어느 누구도 건드릴수 없는 사실상의 성역이 되어버렸다.게다가 경제분야 규제개혁은 개혁대상자인 경제부처가 직접 하겠다고 나서는 해괴한 일까지 벌어지고,상황이 이러니 규제개혁은 아무리 많은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동원되어도 하세월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개혁주체에 예산 권한을

문제를 이렇게 진단해 볼 때 해법은 자명해진다.규제개혁의 주체는 규제의 제3자적 위치에 잇는 기관이 되어야 하고 이 기관에 예산과 같은 힘이 따라 붙어주어야 한다.즉 구체적인 규제사안에 대한 논의 이전에 우선 재경원의 경제기획기능 소거,예산실 이관,이관된 예산실에 규제개혁기능 부여작업이 있어야 한다.이제 더이상 전쟁을 치르러 나가는 사람에게 전투를 치르는 사람의 무장을 해가지고 나가라고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그래서는 과거처럼 백전백패할 뿐이다.규제개혁의 첨단을 가고 있는 미국규제개혁의 사령탑인 정보규제문제담당실(OIRA:Office of Inormation and Regulatory Affairs)이 정부내 어느 부처의 이익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위치에서 예산을 관리하는 관리예산처(OMB: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내에 설치되어 있다고 하는 사실을 이제는 진지하게 곱씹어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미국 것이라고 우리에겐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기엔 이미 우리 규제개혁의 과거가 너무나 낯뜨겁다.

○정부 리더가 현장 뛰어야

이와 함께 규제개혁에 임하는 정부의 리더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진지해져야 한다.위원회를 만들어 개혁방안을 보고받는 거창한 행사를 치르고 언론에 보도되고 하는 구태의언한 구색갖추기를 탈피해야 한다.규제개혁의 현장에 리더가 뛰어다녀야 한다.미적미적 거리는 부처가 있으면 총리든 대통령이든 현장에 달려가서 호되게 질책하고 독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동시에 우리나라에 일몰법방식을 최초로 적용하며 부령이하 모든 규제를 전수검토하여 대대적으로 규제를 혁파하는데 시범을 보인 교육부와 같은 부처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서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국가의 리더가 집무실에 앉아서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한 규제의 현장에는 ‘하는 척’만 난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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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이번 고총리의 규제개혁작업이 문제의 본질을 때리는 성과를 거두게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1997-07-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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