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북한식 상거래/김용상 연구위원(남풍북풍)

이해할 수 없는 북한식 상거래/김용상 연구위원(남풍북풍)

김용상 기자 기자
입력 1997-06-09 00:00
수정 1997-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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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어느 나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친구는 처음엔 그쪽 사람들이 계약서까지 작성해놓고도 실행단계에서 엉뚱한 소리를 해 애를 먹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했었다.『이러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이의를 제기하면 그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신의 뜻』이라는 것이었다.북한이 불과 두달전 계약한 국제거래를 무산시켰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불현듯 그 친구 생각이 났다.「신의 뜻」앞에선 약속도,상도의도,계약서도 통하지 않았다는 이국 땅에서 그는 지금 「신의 뜻」을 어떻게 헤아리며 살고 있을까 하고.

북한이 지난 4월 미국의 곡물회사인 카길사와 체결했던 밀 2만t(4백만달러 상당)과 북한산 아연 4천t 교환협정을 취소했다.카길사는 지난달 중순 이미 약속한 밀 2만t을 보냈으나 북한이 돌연 아연의 제공시기를 늦춰줄 것을 요구했다.이에 카길측은 곡물수송선을 제3국에 정박시킨뒤 진의를 타진하자 북한측은 협정을 취소하자고 했다는 것이다.아마도 그같은 통보를 받은 카길사 관계자의 표정은 복잡 미묘했을 것이다.『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왜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북한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두가지 시각이 있다.하나는 아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또 다른 하나는 이 계약을 맺었을땐 식량사정이 워낙 다급해 카길사의 요구대로 응해줬지만 최근 서방의 식량지원이 늘어나자 생각이 달라진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도 상궤를 벗어난다.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인 것이다.이것 저것 따져 보지도 않고 계약을 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나 몰라라 하는 것은 툭하면 「신의 뜻」을 내세우는 무책임한 사람들과 다를게 없지 않은가.하나마나한 얘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북한 당국이 당연히 지켜야 할 약속들을 어겨 국제사회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는 일이 더이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1997-06-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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