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간 연장 전파 낭비” 논란

“방송시간 연장 전파 낭비” 논란

김재순 기자 기자
입력 1997-05-24 00:00
수정 1997-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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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광고물량 부족에 시청자들 외면/“종일방송대비 불가피”·“여건 미비 시기상조”

『그릇은 작은데 물만 계속 쏟아 부으면 어떻게 되나…』

지난 19일부터 KBS·MBC·SBS 등 공중파 TV방송 3사의 평일 방송시간이 일제히 1시간씩 늘어난 것과 관련,우리의 방송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방송시간 늘리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송3사는 평일 방송시작 시간이 하오5시에서 하오4시로 바뀌면서 전체 방송시간이 1시간 늘어남에 따라 이 시간대에 어린이·교양프로를 신설하는가 하면 일부 프로그램에 대한 시간대 조정을 단행했다.

오전·심야시간에 이어 평일 오후시간대의 방송시간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본격적인 종일방송 체제를 염두에 둔 일련의 조치로 받아들여 진다.이미 일부 케이블TV가 종일방송에 가까운 방송을 실시하고 있는데다,앞으로 위성방송 서비스가 가시화할 경우에 대비해 공중파방송도 하루빨리 종일방송 체제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 인프라의 취약성을 들어 제기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무엇보다 프로그램 및 광고물량의 확보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방송시간이 늘면 독립제작사의 프로그램을 늘릴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지사.그러나 현재의 독립제작사에 양질의 프로그램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방송사들의 입장이다.제작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독립제작사에게 일정 시간대의 프로그램을 선뜻 맡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또 하오 4∼5시대의 프로그램에 과연 광고가 제대로 붙겠느냐는 것도 방송사측의 고민.이 문제는 방송사 입장에서 가장 난감한 부분이라 할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이번 방송시간 연장에 맞춰 신설된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소프트하고 광고영향을 많이 받지않는 어린이·교양 프로그램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질좋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방송시간 연장이 자칫 또다른 전파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이미 눈높이가 높아져 있는 주부나 어린이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바에야 굳이 「보지도 않는」프로그램을 만들어 생색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종일방송체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물론 공감한다.그러나 독립제작사 활성화 등을 통한 우수 프로그램 확보나 광고물량의 적절한 수급 등 제반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시간만 늘리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김재순 기자>
1997-05-2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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