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외언내언)

북한 어린이(외언내언)

임영숙 기자 기자
입력 1997-04-13 00:00
수정 1997-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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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사과같이 붉은 볼.그리고 해맑은 웃음.사진속의 어린이들은 귀엽고 건강했다.촌스럽지만 깨끗이 갈무리한 옷과 그 천진한 표정은 60년대 우리 시골 아이들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지난 96년 9월 유니세프의 태국·말레이시아 지역사무소 안토니 휴엣 북한국장이 북한을 방문하고 서울에 들러 언론인 초청 간담회에서 공개한 북한 어린이 사진이었다.그해 여름 북한을 할퀸 수해지역을 돌아 보았다는 휴엣 국장은 북한 어린이들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그 사진은 기자들을 어리둥절 하게 만들었고 휴엣 국장은 우리를 설득하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했다.기묘한 정경이었다.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 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처럼 참혹한 외관을 드러내고 있진 않지만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실조는 심각하다.발육과 지능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다.한국인 특유의 희생정신 때문에 부모들은 굶으면서도 아이들은 굶기지 않으려 하고 있다.강가에서 몸을 씻는 어른들이 갈비뼈만 앙상할 정도로 마른것을 많이 보았다.북한 어린이들이 건강해 보이는 것은 사진의 한계다…』

휴엣 국장이 다녀간지 채 1년도 안됐는데 「참혹한」 북한 어린이 사진이 연일 신문과 방송에 나오고 있다.파리가 달라 붙는데도 무표정한 아프리카 어린이의 비참한 모습에 거의 육박한 사진이다.

이번에 북한을 다녀 온 미국 USA 투데이의 기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북한의 기아상태는 다른 나라들의 그것보다 난해하고 미묘하다.북한은 자존심이나 부끄러움 때문에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식량지원을 구걸하는 대신 고통분담 차원에서 배급량을 줄여왔다』

북한 어린이 사진들은 한보사태로 답답해진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한다.



이 지경에 이르도록 「자존심」을 세운 어리석은 북한 정권에게 분노가 치민다.<임영숙 논설위원>
1997-04-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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