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의 길을 찾자/김영만 경제부장(데스크 시각)

공생의 길을 찾자/김영만 경제부장(데스크 시각)

김영만 기자 기자
입력 1997-02-03 00:00
수정 1997-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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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공멸할 것 같으면 사람들은 공생하는 길을 찾는다.휴전은 늘 같이 죽기보다는 같이 살려는 지혜의 합일로 나타난다.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양국이 대량살상 무기인 핵경쟁에 몰두하다 어느날 핵무기 공동감축에 들어갔던 것도 같이 망하는 것보다는 공생의 길을 택한 결과다.

마피아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영화 대부에도 그런 지혜가 소개된다.패밀리간의 살육전으로 큰아들이 희생당해 대량살육전이 예고되는 속에 정작 대부는 공개적인 보복포기선언으로 같이 사는 길을 택한다.아들의 죽음을 보복하기는 쉽다.그러나 보복의 악순환이 결국은 나머지 아들까지 불러가게 된다는 것을 내다본 대부의 결단이다.

한보 사태의 불길이 정치·경제의 공동붕괴를 향하고 있다.야당총재가 『대통령도 조사받아야』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을 시작으로 여야 쌍방은 자신들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누가 먼저 망하나」게임에 열중하고 있다.상대에게 더 큰 타격을 입힐수 있다면 나라따위는 결딴나도 상관없다는 태도고,오기들이다.

정치권이 이러다보니 사회분위기는 정태수회장에 대한 공분,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검찰권 행사를 통해 인위적 사회 지도층 교체로 연결시키려는 위험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극심한 불경기와 조기퇴직 바람으로 인한 불만족상태가 이 사건을 통해 사회변혁의 기대로까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그런 국민의 카타르시스 기대와 대리만족에 모든 것의 초점이 맞춰지고,정작 가장 중요시 되어야 할 한보공장 살리기나 은행살리기 같은 국민경제 차원의 후유증 최소화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카타르시스 부응은 위험

배후가 있어 은행의 부당한 대출이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검찰의 업무는 당연하다.그러나 정치권의 치고받기와 사회분위기에 편승,검찰의 수사가 필요이상 확대,장기화되고 국민의 관심이 「누굴 먼저 죽이나」에 모아지면 한보살리기의 시간을 놓치게 된다.90년대 들어 가장 어려운 게임을 하고 있는 나라경제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

6조원의 돈이 들어간 한보철강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외에도 지금 당장 크게 세가지의 현안이 정부와 정치권의 경제논리에 의한 적절한대책수립을 고대하고 있다.

만신창이가 된 관련은행들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일본은 한국은행에 국내은행 일본지점에 대한 「대책」을 요청하고 단기자금의 공급을 끊고 있다.상황이 복잡해질수록 한국의 은행들에 대한 외국의 신인도는 추락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공황이 올 수도 있다.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기는 마찬가지다.정부가 1조원의 돈을 푼다고 하지만 납품대금을 갚아주는게 아니다.진성어음만큼 대출을 해주겠다는 것인데 이것마저 은행창구에서는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책임문제로 금융권 전체가 뒤숭숭한 마당에 부도어음을 갖고 있는 협력업체에 자금을 지원해줄 은행은 아무데도 없다.한보의 경영정상화가 없으면 협력업체에대한 모든 지원약속은 모두 도로아미타불인 셈이다.

세밑 일반 서민경제의 타격은 계산도 나오지 않는 상태다.이로인해 경제계전체가 자금난에 시달린다.남대문시장 상인은 『살다 살다 이런 돈 가뭄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시중에서는 정부가 조금이라도 서민을 생각했더라면 부도가 불가피했어도 설날은 넘겼어야하지 않느냐고 비판한다.

○관련은행·협력업체 지원절실

정부가 연일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 않느냐고 물을지 모른다.그러나 이런 상태에서는 언제나 정부의 대책은 최소한의 시늉에 그치게 마련이다.책임이 따를 수 있는 「적극적 처방」은 나오지 않는 법이다.연일 신문에 정치인 수십명,고위관료 수십명 연루설이 나오는 터에 적극적 처방을 제시할 강심장은 기대할 수 없게 돼 있다.

정치권이 설만으로 대통령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까지 스스로 망가뜨리고 있는 것도 손실이다.권력형비리로 부당한 대출이 이뤄졌다면 누구든 책임을 져야한다.그러나 본질과 연관없는 티를 확대해 인재들을 여론재판에 돌리면 가장 크게 나라를 죽이게 된다.정치도 경제도 모두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1997-02-0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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