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난민 고통 방치할 수 없다(박화진 칼럼)

탈북 난민 고통 방치할 수 없다(박화진 칼럼)

박화진 기자 기자
입력 1996-12-20 00:00
수정 1996-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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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입시철이다.수능3백점 이상을 받고 세칭 일류대학에 특차로 입학하는 승리의 영광을 안은 젊은이들에게 찬사와 경탄을 보낼때 우리는 자칫하면 그렇지 못한 수많은 수험생들의 실망과 고통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고무·격려를 잊기 쉽다.「탈북난민」의 경우에도 같은 이야기를 할수있지 않을까 생각한다.44일간에 걸친 장장 4천㎞의 극적인 탈북귀순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화려한 매스컴의 각광을 받고있는 김경호씨 일가의 인간승리를 보면서 느끼는 감회다.

김씨일가는 비록 고난은 겪었지만 그 어려운 탈북과 서울귀순에 성공한 많지않은 행운의 주인공들 이른바「난 사람들」이다.대부분의 북한동포들은 여전히 참을수 없는 억압과 식량난의 동토 북한땅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지 않는가.그들보다 더한 고난과 시련을 겪고있는 사람들도 있다.목숨을 건 탈북에는 성공했으나 제3국 망명이나 서울귀순의 기회는 얻지 못한채 중국과 러시아대륙을 유랑하고 있는 「탈북난민」들이다.김씨일가의 성공에 대한 경탄과축복도 좋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통일은 눈앞인데 조국땅 남쪽에 오기는 왜 이다지도 힘이 드는가』 얼마전 탈북귀순에 성공한 북한동포가 서울에 도착한후 처음으로 내뱉은 장탄식이다.

탈북에는 성공했으나 원하는 망명과 귀순길은 찾지 못한채 정처도 기약도 없는 유랑을 계속하고 있는 동포가 3천여명에 달하며 이중 한국망명 의사를 밝히고 있는 사람만 1천여명이 넘는다.금년 겨울은 유난히 춥다고 한다.지금은 누구나 고향을 생각하게 되는 성탄과 송년의 계절이기도 하다.혹독한 겨울,낯설고 물설은 이국땅에서 그것도 북에서 잡으러 나온 「체포조」나 발각되면 처형의 북한땅으로 넘기는 중국 공안원들의 추적눈길에 쫓기면서 먹고 입을 것은 물론 잠잘 곳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그들이 겪고 있을 고초가 어떠하겠는가.

○탈북한 동포 3천여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제외한 세계 어느나라 그 누구도 자유와 인권을 입버릇처럼 내세우는 자유우방의 맹주 미국까지도 관심 한번 제대로 가져주지 않는 무관심속에 그들은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관심은 커녕 경계해야할 귀찮고 성가신 존재로 외면까지 당하고 있다.이런 일이 어떻게 용납될 수 있는가.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가.굶어 죽지 않고 사회주의독재 공포정치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목숨건 탈북을 했을 뿐이다.인권과 인도주의를 보편적 가치로 신봉하는 세계라면 당연히 관심을 갖고 도와야할 「탈북난민」인 것이다.그들을 방치하는 것은 죄악이다.

중국 조선족 사기사건이 그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처럼 이번 김씨일가 탈북성공도 이같은 현실의 「탈북난민」문제에 대한 우리와 세계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기회가 되어야 할것이라 생각한다.탈북난민은 우리 동포이나 중국 국적의 조선족과는 다른 엄밀한 의미에서 헌법상의 우리국민이다.우선 우리가 아니면 누가 나서겠는가.탈북난민 수용엔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누구보다 먼저 그들을 챙겨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그것은 흔히 말하는 감상주의가 아닌 현실과 당위의 문제다.「북한이탈주민 보호정착 지원법」제정과 통일원의 「인도지원국」 신설 및 「대책협의회」구성,그리고 「난민수용소」설치 등 늦었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국제적 협조·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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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탈북난민」의 문제는 우리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불가능한 복잡한 문제다.근본적인 책임은 우선 북한에 있지만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 등 한반도 분단에 책임이 있는 주변 4강도 결코 무관할 수 없는 문제라 생각한다.유엔등 국제기구도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할 문제인 것이다.세계적인 협조와 지원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며 그런 의미에서 국제적인 관심과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외교노력을 펴나갈 필요가 있다.우리는 물론 미국과 중국 그리고 세계도 탈북난민의 고통을 더이상 외면·방치해선 안될 것이다.〈심의·논설위원〉
1996-12-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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